재개발·재건축

‘약발 안 먹히는’ 개포지구

웃는얼굴로1 2011. 5. 27. 16:50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내 재건축단지들이 최근 재정비안 통과와 규제완화 등 각종 호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집값은 2년 전 수준까지 후퇴하는 등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26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개포지구 내 대다수 재건축 아파트값은 최저치였던 1∼2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쳤다.

 

개포지구에서도 재건축 추진이 가장 빠른 주공 1단지의 경우 50㎡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9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지만 최근 들어 8억8000만원대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8억1000만원까지 하락했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3월에는 가격이 11억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2억원 이상 빠졌다. 이 아파트 42㎡도 지난 3월까지 8억3000만원대를 줄곧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7억6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는 2009년 5월 단기 저점(7억5000만원)을 찍었던 수준이다.

개포 시영 33㎡도 4억9000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9월(4억8500만원)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아파트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5억3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됐었다.

개포지구는 지난 3월 개포택지개발지구 재정비안이 통과되면서 주공 1단지의 경우 재건축 전문 변호사를 조합장으로 새로 선출하는 등 각 단지마다 재건축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 완화(거주요건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추진 등 호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호재에도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로 재건축시장이 투자자 위주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포주공 1단지 인근 O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진입을 원하는 수요자 중 잠실이나 목동 등 거주자가 대부분인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계약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더구나 대출규제도 강화되다보니 투자수요마저 사라져 가격이 계속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도 "재정비안 통과라는 특급호재에도 재건축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먼데다 집값 하락도 계속되면서 서둘러 매수할 필요가 없다며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며칠 전 안전진단을 통과한 반포 주공1단지도 문의만 조금 늘었을 뿐 거래가 전혀 없다"면서 "수요자들이 예전처럼 재건축사업에 대한 수익률을 낙관하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약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wkim@fnnews.com김관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