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승소를 하고도 집행이 되지 않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10억을 지급하라는 판결문이 있어도, 집행을 할 수 없으면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가끔 불법적인 것들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집행을 할 때를 대비해서,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빼돌리는 법 같은 것 말이다. 물론 필자는 잘 설득해서 돌려보냈지만,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재산을 빼돌리는 시도를 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런 이유로 채무자가 자신의 부동산에 허위의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허위의 근저당권 설정행위는 ‘사해(詐害)행위’에 해당하여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자취소권은 요건 갖추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요건을 잘 갖추어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확률이 높은 소송 중의 하나이다.
허위의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사람(근저당권자)이, 채무자의 부동산에 경매를 신청해서 부동산이 매각되고, 배당금을 받아갔다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펄쩍 뛸 일이다.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을 눈앞에서 가로채 간 것이다. ‘배당이의 소송’ 같은 절차를 진행해 보기도 하지만, 시간만 걸리고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이 허위근저당권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A라는 사람이 B에 대하여 대여금 채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2천만 원짜리 차용증을 작성하고, A 앞으로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친 다음, 부동산 임의경매를 신청해서 배당금 약 1천만 원을 받아갔다. 어떤 법률상의 문제점이 있을까?
먼저 허위의 근저당권의 효력에 대해 우리 대법원의 입장은 근저당권이 ‘원인 무효’라는 것이다. 원인무효라는 말은 근저당권을 설정하기 위한 원인이 된 행위, 예를 들어 금전 대여 행위가 무효이라는 뜻이다. 그 결과 근저당권도 무효이다.
그리고 이 허위의 근저당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해서 경매가 진행되고, 그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에도, 우리 대법원은 그 경매절차 자체를 무효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등 참조). 채무자는 부동산 소유권을 잃지 않고, 매수인도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말이다. 허위의 근저당권자가 배당금을 받았다면, 당연히 부당이득이 된다.
이때 허위의 근저당권을 실행하고 배당금을 받아간 근저당권자는 어떤 형사 책임을 질까? 단순히 자신이 받은 배당금을 돌려주면 될까? 검사는 앞서 말한 토지소유자 B를 피해자로 보고, 허위의 근저당권자 A를 사기죄로 기소하였다.
그런데 1심과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원심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경매가 무효이므로 토지소유자 B는 피해가 없고,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처분행위가 필요한데, 법원의 임의 경매 절차를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대법원은 A에게 사기죄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에 따르면 허위의 근저당권자의 근저당권 실행행위 후, 집행법원이 배당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배당금을 교부하는 행위를 매수인의 처분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보았다(2017. 6. 19. 2013도564 판결 참조). 쉽게 말하면, 대법원은 사기죄의 피해자를 토지소유자 B가 아니라 경매에서 소유권을 취득한 매수인이라고 본 것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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