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에 사는 주민 A씨는 정부의 재건축안전진단 강화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아파트재건축 규제라는 칼을 빼 들었지만 방향을 잘못 짚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건축안전진단 강화정책에 불만을 토로한 서울 양천구 목동일대 재건축추진단지 주민과 같은 의견이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가 엄연한 재산권·생존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재건축을 통해 투기판을 벌이겠다는 게 아니라 노후된 아파트를 허물고 튼튼한 새 아파트를 짓고 살겠다는 건데 왜 정부가 발목을 잡느냐는 것. 최근 찾은 강동구일대 재건축추진아파트는 목동 일대보다 분위기가 차분했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는 거침없었다.
◆“안전한 집에 살자는 거다”
“아파트 건물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곯았어요.” (삼익그린2차 주민 B씨)
“탁상행정만 하지 말고 직접 와서 눈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고덕주공9단지 주민 C씨)
“정부정책은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어요.” (고덕현대아파트 주민 D씨)
주민들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단호했다. 양천구 목동일대 재건축추진 아파트와 달리 정부정책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삼익그린2차 주민 E씨는 “오래된 아파트라 층간 소음도 심하고 복도씩 아파트 곳곳에 콘크리트가 파여 철골이 드러난 곳도 있다”며 “내진 설계도 안된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는데 정부는 집값 잡겠다며 국민 안전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고덕주공9단지 주민 F씨는 “우리가 조용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로또 아파트 운운하는데 강동구나 강북의 오래된 단지는 로또 아파트와 거리가 멀다. 우리는 돈 벌려고 재건축하려는 게 아니라 안전한 아파트에 살고 싶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고덕현대아파트 주민 G씨는 “정부정책은 형평성 있게 적용돼야 하고 무엇보다 이로 인한 피해자가 나타나선 안된다”며 “집값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겠다”고 우려했다.
앞선 세 단지는 지하철 5호선 명일·고덕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역세권이라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이 수월하고 대형마트와 병원, 학교도 가깝다. 단지 주변에는 30년 안팎의 크고 작은 아파트단지와 다세대주택, 빌라 등이 밀집해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시장에서 주목받을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 하지만 온도차가 존재한다.
현재 강동구 일대는 대체로 재건축이 활발하다. 새 아파트는 명일역 바로 앞에 건설 중인 래미안명일역솔베뉴가 있고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상일동역 주변에는 고덕그라시움(4932세대)·고덕아르테온(4057세대)·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세대)·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세대) 등 대형건설사의 대단지 브랜드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시장에서도 언젠가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강동구를 추가해 강남4구라 칭한다. 강남4구라는 명칭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편리한 교통편과 다양한 생활인프라를 갖춘 만큼 강동구일대도 미래가치가 분명하다는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강동구 주민에게는 이 같은 요소가 분명한 장점이자 재건축 추진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겉으로는 재건축 추진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시세차익 기대감이 없진 않다.
명일동 G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내 재산에 대한 시장평가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데 관심이 없다면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다만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안전한 아파트를 지어 살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정부 규제와 시장의 시각이 전부 집값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은 억울하다. 우리를 집값 상승에 혈안이 된 사람으로 보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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