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집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재건축이 정부 규제로 사실상 틀어막히면서 앞으로 주택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집값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부터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됨에 따라 구조안전성 항목 비중이 기존 20%에서 50%로 높아져, 사실상 무너질 정도로 낡은 아파트가 아니면 재건축이 어렵게 되는 셈이다. 다만 주차난이 매우 심각하거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경우 예외적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 /조선일보DB
현재 재건축 시장은 ‘4중 족쇄’가 채워진 상태다.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로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안 되고, 초과이익환수제 적용과 분양가 상한제 검토 등으로 가격 흐름도 지지부진하다. 재건축의 경우 기본적으로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아야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규제로 분위기가 급랭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 주택시장은 당분간 공급 통로가 막혔다.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가 안전진단인데 여기서부터 퇴짜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의 35층 룰, 깐깐해진 자치구의 관리처분인가 등의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행정 절차를 모두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봤자 돈이 안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조합원이 일반분양으로 남길 수 있는 몫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9일부터 청약 일정에 들어가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자이 개포’만 봐도 그렇다. 이 단지는 주변 시세대로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고 결국 3.3㎡당 4160만원으로 분양가를 잡았다. HUG가 주변 아파트 평균 분양가를 들어 이보다 높으면 분양 승인 보증을 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양을 해도 추후 이익이 나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돼 재건축 부담금까지 내야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률을 넘는 수준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최고 절반 이상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익은 재건축 사업으로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을 제한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재건축 초기단계에 있는 단지들이 이런 규제 빗발 속에서 행정 절차를 모두 통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문제는 수요가 꾸준한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입주물량이 주택 추정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의 주택 수급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 심화와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서울 수서·양원과 경기 과천·위례·하남 등 인근 지역에 40여곳의 신규 공공택지를 신규로 조성해 16만가구가 살 수 있는 택지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풀어 얼마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과 서울 주요 지역에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과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뉴스테이 같은 서민주택 정책도 그동안 번번히 실패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단이 마땅치 않지만 수요는 넘쳐 앞으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안전진단 강화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단지와 신규 분양 단지가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5/2018030502151.html#csidx5242b3db8ee032fab72d31b07b5a3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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