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시공 줄고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기대
건설사 시공비 부담 증가… 자금 지원책 선행 요구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건설업계는 시공비 지원 마련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대체로 도입을 반대한다. 정치권은 소비자 선택의 기회 보장과 업계 침체 등을 거론하며 치열한 찬반 논쟁을 벌인다. 반면 완공된 건물을 보고 내집 마련에 나서려는 소비자들은 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후분양제 관련 질의에 답하는 김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
◆정부, 공공부문부터 도입 의지
“LH가 시공하는 공공부문 건설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민간부문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기 화성시 소재 부영아파트 부실시공 사태가 터지며 후분양제 도입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도입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김 장관의 발언이 처음이다.
경기도 화성시 부영아파트. /사진=뉴스1 오장환 기자 |
선분양제는 주택이 부족했던 1970년대에 정부가 건설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면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하지만 선분양제는 주택 공급과잉을 촉발하는 데다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과 끊임없이 마주했다.
또 건설사의 공급경쟁에 따른 마케팅비용 상승 등이 분양가 폭등을 부추기고 모든 금전적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소비자가 거액의 아파트 중도금을 성실히 납부했음에도 완공된 아파트의 하자분쟁이 빈번하고 건설사의 해결의지도 소극적이었던 부분은 후분양제 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에 힘을 보탠다.
현재 정부의 후분양제 도입 의지는 확고하다. 부실시공 논란을 방지하고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장 연내 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도입 목소리가 커졌지만 세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민간건설사의 경우 대출보증 개선 등의 절차를 손봐야 해서 현실적으로 당장 도입하면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점도 살펴볼 대목이다.
◆정치권, 도입 여부·시기 놓고 논쟁
김 장관이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한 반면 국회 국토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국감에서 도입 시기와 도입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선분양제는 분양가 상승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며 “후분양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LH가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당장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3000만원짜리 승용차를 살 때도 꼼꼼히 확인하고 구입하는데 수억원에 달하는 주택을 제대로 못보고 계약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후분양제를 당장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현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분양제는 도입에 앞서 건설사를 위한 금융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빈약한 실적 100위 미만 주택공급업체가 시공비를 감당 못하고 줄도산하면 주택공급량이 최대 76.3% 줄고 이는 이자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동조했다. 그는 “인기에 영합한 섣부른 정책을 펴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정책적인 협의 없이 후분양제 도입을 논해선 안된다”며 도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소비자는 ‘찬성’, 건설사는 ‘우려’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소비자와 건설사의 입장도 판이하다. 소비자들은 완성된 제품을 살펴보고 집을 계약 할 수 있다며 도입을 환영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건설사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완성된 제품을 눈으로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그동안 견본주택만 보고 계약하는 걸 당연시했던 게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도입에 찬성했다.
인천 남동구의 한 대형건설사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도 “실제로 있지도 않은 제품을 미리 사겠다고 결정해 수억원의 거액을 지불하는 건 아파트밖에 없는 것 같다”며 “최근 후분양제 도입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국민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반면 건설사들은 주택을 짓기 전에 미리 집주인을 찾는 선분양제로 주택 공급이 지속되길 바란다. 건설사가 선분양제를 주장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청약자의 계약금과 6회에 걸쳐 납부하는 중도금으로 시공비를 충당하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시공비용을 모두 충당한다 해도 완공 뒤 자칫 미분양 사태에 직면하면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회수 못해 도산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입을 막을 수 없다면 시공비를 조달할 수 있는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대단지 아파트 건설은 36개월가량 걸리고 한번에 수천억원이 투입되는데 이를 매번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것은 무리”라며 “후분양제 도입에 앞서 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시공비 마련을 위한 대책도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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