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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정책 로드맵..쫓아가다 길 못찾는 국토부

웃는얼굴로1 2017. 10. 19. 00:02

9월 예정됐던 주거복지 로드맵
가계부채대책 맞물려 연기 관측
후분양제 로드맵도 잇단 추진
과거 정부 실패사례 재연 우려
文정부 초반 실기 땐 용두사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국토교통부가 '로드맵'의 늪에 빠져 있다. 국토부는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공언한 데 이어 후분양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9월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주거복지로드맵을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숙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거 관련 정책은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부처 간 조율을 통한 '정밀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부처 간 조율이 차질을 빚을 경우 정책 추진 일정의 큰 그림이 흔들릴 수 있다. 이는 주거복지로드맵 사례를 통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을 토대로 청년, 신혼부부,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구체화 한 패키지 정책을 내놓기로 했다.


국토부의 이러한 주거복지로드맵은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부채대책과 맞물려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10월 발표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조금 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준비 중인 후분양제 로드맵은 또 하나의 과제다. 주거복지·부동산 대책의 수혜자인 국민은 물론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시장 역시 추가 로드맵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분양제 로드맵은 지난 12일 국토부 국정감사를 통해 구체화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후분양제 실시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정부 논의가 무르익은 상태에서 나온 발언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후분양제는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일정 공정 이상을 진행한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주택업계에서는 선분양제가 일반적이다. 통상 아파트를 짓기에 앞서 건설사가 청약절차를 거친 후 당첨자를 추려낸다. 이후 아파트 가격을 일정 비율로 나눠 시기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낸다. 건설사는 이 돈을 토대로 공사를 한다.


정부는 그동안 공급축소·비용전가 등을 이유로 후분양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민간 건설사에 맡기고, 청약제도 등 정책을 통해 시장을 관리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정부가 주택시장의 비중이 큰 아파트 수급 조절을 위해서는 선분양제가 효과적인 측면도 있다.


정부가 후분양제로드맵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에서 충분한 조율을 거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칫하면 참여정부 시절의 '용두사미' 행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정부 때도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준비했지만, 정국의 상황 변화와 맞물려 흐지부지됐다.


주거복지로드맵 역시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5월에 준비됐던 사안이다. 당시 참여정부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지하셋방, 쪽방, 비닐하우스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여건 개선 계획도 공언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시간이 10년도 지났지만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 정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대책은 여전히 '준비 중'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장기임대 재고량을 2007년까지 전체 주택의 6.4%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6% 선을 넘어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의 로드맵 구상은 치밀한 정책 조율과 탄탄한 실행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탁상공론으로 머물 우려가 있다. 후분양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떠나서 정부 정책의 표류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감에서 정부 후분양제 추진에 대해 "정부가 단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했으나 자칫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면 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집권 초기 국정 동력이 뒷받침되는 시기를 놓치게 될 경우 기약을 알 수 없는 중장기 과제로 넘어갈 수 있다. 내년 6월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개헌 정국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힘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