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대학가 상권, 중국색으로 물들다

웃는얼굴로1 2017. 9. 13. 21:56

‘사드 보복’, 반중(反中) 감정과는 대조적대학가 곳곳은 ‘작은’ 차이나타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 상점가. 고대생 사이에서 유명한 ‘나그네파전’ 옆에도 중국 식품을 파는 식품점 간판이 보인다. /이상빈 기자

대학가 상권이 차이나타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중국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국내 대학에 재학하는 중국인 유학생 비율이 늘면서 인근 대학가 상권 일대가 중국 유학생들이 찾는 상점들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학가 상권은 중국색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찾아간 서울 안암동 고려대 근처에는 중국어 간판을 내건 음식점들이 눈에 띄었다. 일반 ‘중국집’이 아니라 주로 현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눈길을 끌었다. 마트나 이동통신 가맹점, 부동산 등에서도 ‘중국어 가능’이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 놓고 영업하는 곳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볼 수 있는 중국 식품 가게는 물론, 중국식 노래방(KTV)도 즐비하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올해 고려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3494명이다. 전체 외국인 학생(5938명)의 59%다. 2015년(1872명)에 비해서는 86%가량 늘었다.


고대 정문 앞에서 식당을 하는 김영심(45·가명)씨는 “중국인 유학생 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식당을 하는 오모씨는 “중국 본토의 맛을 원하는 중국인 고객들을 위한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은 4년 재학 내내 유학을 하거나 다른 나라 유학생보다 유학기간이 긴 편이라 단골로 잡아두면 좋다”며 “중국인들끼리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어 입소문을 타면 손님도 금방 는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교포를 고용하는 학교 주변 식당도 생겼고, 조선족이나 중국 사람이 직접 가게를 구해 영업하는 곳도 있다.


대학가 인근 중국 상점들. 중국 유학생을 위한 휴대폰 가게부터 중국식 노래방(KTV), 식당 등 다양한 업종을 찾을 수 있다. /이상빈 기자

중국 식당을 하는 중국인 리웨이(26·가명)씨는 “4주 전에 식당 문을 열었는데, 호응이 좋아 하나 더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아이비공인 관계자는 “학교 인근에 중국 상점이 올해 들어서만 3~4개 더 생겼는데, 모두 중국 사람이나 조선족이 가게를 구해서 직접 영업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기훈(30)씨는 “학교 주변 상권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시장 분위기도 나고 옛날 분위기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상권이 확 바뀌어 이제는 중국 상권이라 말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상전벽해 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주변은 한국 패션·화장품을 찾아 구경 오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중국 취향에 어울리는 점포들이 많이 늘었고,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경희대(2800명), 한양대(1512명), 건국대(1487명) 주변엔 4~5년 동안 중국 관련 상점이 급증했다.


이대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절정이었던 2013년 무렵만 해도 이대 앞 대로변 상권 임대료는 3.3㎡당 30만~40만원도 호가했다”며 “지금은 중국인들의 방문이 뜸해져 임대료가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건국대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대형 상권인 건대입구 쪽보다는 상권 외곽이나 사람의 발길이 뜸한 지하철 선로변을 중심으로 중국 상점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곳엔 조선족이나 중국 유학생들이 많아 그들을 상대로 하는 중국 은행도 들어섰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가 상권 중 서울 외곽에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싼 데다 중국인 유학생까지 늘면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