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무

[김용일의 부동산톡] 매매계약체결 후 착오를 이유로 취소 가능 여부

웃는얼굴로1 2017. 9. 3. 18:28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계약체결 후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 그 요건 및 효과에 대해, 상대방의 계약내용 설명을 믿고 서명 날인했는데 알고 보니 계약서의 내용이 설명과 다른 경우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의 요건 및 구체적 사례

민법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려면, ①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하고, ② 그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은 아닐 것이 요구된다.


먼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대한 착오로 취소가 인정되려면, 주관적으로 의사표시자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그 착오가 없었다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대한 과실이란 의사표시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당해 행위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하게 결여한 것을 말한다. 착오로 인한 취소가 되는지에 대해 대법원 판례를 통해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겠다.


① 토지 면적의 부족이 있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그 면적의 차이가 지나치지 않다면 중요한 부분의 착오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특정된 토지 전부를 매수하였는데 표시된 면적이 실제 면적보다 적은 경우, 건물 및 그 부지를 현상대로 매수하였는데 알고보니 부지의 지분이 다소 부족한 경우 등은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② 가격, 시가 등에 관한 착오로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부동산매매에서 시가에 관한 착오는 그 부동산을 매매하려는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의 동기의 착오에 불과할 뿐,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만, 정당한 가격과의 차이가 현저하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유로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있다.


③ 상대방이 부정한 방법으로 의사표시자의 착오를 유발한 경우, 의사표시의 동기가 상대방에 의하여 제공되어 착오를 일으킨 경우 등에는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인지에 관계없이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매매계약후 건물이 건축선을 침범한 사실을 알았으나, 매도인이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문제없다고 하여 이를 믿고 잔금을 지급한 경우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취소할 수 있다고 하였다.


④ 의사표시자의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취소하지 못한다. 예를들어 건물을 임차하여 공장을 경영하던 자가 그 공장이 협소하게 되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할 목적으로 토지를 매수하였으나, 법률상 공장신설허가가 불가능하게 되자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대법원은 “위 매수인은 먼저 그 토지에 자신이 설립하고자 하는 공장을 건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관할관청에 알아보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알아보았다면 자신이 의도한 공장의 건축이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위 매수인이 공장을 경영하던 자임을 감안하여 중대한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사표시자가 중대한 과실로 착오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의사표시자의 착오를 알면서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의사표시자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 착오에 기한 취소의 효과와 선의의 제3자 보호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가 적법하게 취소되면, 그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가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간주된다. 다만 민법은 “위와 같은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선의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알지 못한 자를 말하고, 제3자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인하여 생긴 법률관계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를 말한다. 예를들어, 부동산매매계약체결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고, 매수인이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고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된 경우에, 그후 매매계약이 착오를 이유로 취소되도 금융기관이 선의의 제3자라면 그 금융기관에게 착오를 이유로 취소 및 무효주장을 할 수 없다.


◇ 서명 또는 날인의 착오


문서에 서명 또는 도장을 날인 했지만, 그 문서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그렇게 한 경우, 이를 사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만약 그것이 서명 또는 날인자가 혼자 착오를 일으킨 결과라면, 이를 사유로 취소하기 어려울 것이나, 만일 상대방이 부정한 방법으로 착오를 유도했거나, 계약내용을 속이고 설명하여 기망당한 결과 착오를 일으켰다면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형사적으로는 이를 이용하여 서명 또는 날인을 받은 경우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고, 이로인해 재산상 손해를 발생케 하면 사기죄도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A가 정기 문중총회 회의록을 임의로 작성하고는 종중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서명, 날인을 받았는데, 이 때 종중원들에게 임야의 등기, 매도권한을 A에게 일임하고 매도금액 3분의 1을 문중에 반납하고 나머지를 A에게 소송대행비용으로 준다는 위 회의록의 내용 등에 관하여 제대로 알려 주지 아니한 채, 단지 임야에 관하여 문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데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얘기하면서 서명, 날인을 받은 경우, 사문서 위조죄가 성립된다고 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A가 토지의 소유자이자 매도인인 피해자 B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ㆍ날인하게 하고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B 소유 토지에 A를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을 C에게 설정하여 주고 돈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사문서위조죄, 사기죄 등이 성립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7.2.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