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분양 빌라가 급증하고 있는 경지 광주시 오포읍의 빌라촌. 마을로 진입하는 1차로 양쪽으로 다세대주택 할인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즐이 즐비하다. 광주=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
부동산 활황기였던 2015년부터 수도권 외곽지역에 우후죽순 형성된 빌라촌에서 최근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 온 이른바 ‘전세난민’들을 노리고 교외에 다세대·다가구 주택 단지가 대거 들어섰지만 최근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한풀 꺾일 조짐이 보이자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불 꺼진 이들 빌라촌이 슬럼화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빌라촌이 2년 만에 ‘빈(貧)라촌’으로
이들 빌라가 특히 많이 공급된 지역은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땅값이 비교적 저렴한 경기 광주 남양주 구리 용인시 등이다. 2015년 말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이 매매가의 70%에 이를 정도로 치솟자 서울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을 겨냥한 빌라 분양이 봇물을 이룬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약 3억6000만 원. 반면 광주시에서 신축된 전용면적 76m² 다세대주택 분양가는 2억7000만 원 정도. 서울 전세금의 70%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분양업자들은 “서울 전세금으로 내 집 마련” 같은 광고문구로 ‘전세난민’을 유혹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 오포읍에서 지난해 초부터 분양된 빌라들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완판’되지 못했다. 신축 다세대주택의 1, 2층이 통째로 미분양으로 남을 정도로 건축주들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빌라촌이 아니라 빈(貧)라촌’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오포읍 신현리 J공인중개소 대표는 “한 채 지을 때마다 4억 원의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2013년부터 건축업자들이 신현리 일대로 모여들었지만 지금은 5000만 원 이상 할인분양을 해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업계획승인 기준 강화해 추가 난개발 막아야”
이들 주택이 외면받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생활환경 때문이다. 최근 2년간 각각 3000채 이상의 빌라가 지어진 오포읍 신현리와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리 등지에서는 놀이터 경로당은 물론, 가로등과 같은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현행 주택법상 전체 가구 수가 30채 이상인 소형 공동주택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승인 없이도 신축될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진입도로, 상가 등을 확충해야 하는 요건이 있지만, 빌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갈매지구(구리) 위례신도시(성남시) 태전지구(광주시) 등의 택지지구에서 대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기존 주민들조차 빌라촌을 떠나는 모습이다. 입주가 시작된 신도시에서는 저렴한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화도읍 플러스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경제적 여건이 비교적 나은 사람들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구리시 갈매지구 등 생활여건이 좋은 지역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려 한다”고 전했다.
난개발 된 빌라촌의 빈집 문제가 심각한 치안 문제 등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리 인상, 신도시 추가 완공 등으로 수도권 전세시장이 본격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 경우 ‘한철 특수’를 노리고 지어졌던 이들 빌라가 ‘거대한 공실’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로 등 필수적인 편의시설을 빌라단지에 확충해 정주(定住) 여건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은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추가적인 ‘날림 공급’을 막기 위해 주차장·진입로 요건 등을 강화해야 한다. 인근 주민센터 등 공공건물을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건물로 증축하는 단기 처방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 이정윤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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