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후 매수실종, 호가 내려도 안팔려
서울 상계 주공5단지, 잠실 엘스 등 이른바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던 아파트 단지들의 매매가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매물이 쌓이고 이에 다시 호가가 내려가는 상황이다. 매도 부담이 커지면서 2~3주 전에 비해 수천만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5단지 전용 31㎡형(1층)은 최근 3억1000만원에 손 바뀜이 이뤄졌다.
8·2 대책 직전인 7월 말 신고된 실거래가 3억7000만원(2층)과 비교하면 시세가 6000만원이나 빠진 셈이다.
상계 주공5단지는 2014년부터 약 3년간 2억원대 초반에 머물던 매매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만 해도 2억~2억2000만원 수준이던 매매가가 연말 2억6000만~2억7000만원으로 뛰더니 올 6월 3억원을 돌파했다. 곧바로 7월 3억7000만원을 찍었다.
상계 주공5단지는 부동산업계에서는 갭투자 수요가 유독 많은 아파트 단지로 꼽힌다. 서울 시내에서는 보기 드문 2억원대로 투자 가능한 재건축 단지(1987년 준공)라는 점이 자기자본 투입을 최대한 줄이길 원하는 갭투자 수요를 집중시켰다.
갭투자는 부동산 상승기 때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높거나 매매가 부담이 크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
부동산업계는 최근 상계 주공 5단지 시세 급등도 갭투자 수요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올 상반기 상계 주공 5단지 매매거래 중 절반 이상이 갭투자라는 말까지 돌 정도"라며 "갭투자 수요가 단기에 집중되면서 매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갭투자 성지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와 리센츠도 매매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 엘스 59㎡형(저층)은 지난주 10억9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8·2 대책 직전인 지난달 말 신고된 실거래가 11억5000만원(중층)에 비해 6000만원이나 하락한 가격대다. 호가는 더 떨어졌다. 고층이 11억1000만원대, 저층이 10억8000만원대까지 각각 되밀렸다.
잠실 엘스 59㎡형은 지난해 1분기 8억~8억3000만원 수준이던 매매가가 올 1분기 9억3000만~9억5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 여름에는 매매가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지난 5월 1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11억원 선도 뚫어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잠실 리센츠의 매매가 움직임도 닮은 꼴이다. 84㎡형 저층을 기준으로 지난 1월 10억원 후반이던 매매가가 5월 12억원으로 뛰더니 지난달에는 13억원을 찍었다. 하지만 8·2 대책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지난주 12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진 데 이어 호가도 12억5000만원(저층 기준)까지 후퇴했다.
잠실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2 대책 직후 한동안 나오지 않던 매물이 이달 중순부터는 늘어나고 이후 호가도 거듭 떨어졌다"며 "시장 분위기를 지켜보던 투자자들이 하나, 둘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상계 주공 5단지 인근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호가를 수천만원 내려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8·2 대책 직후 일주일 동안에만 호가가 5000만원 떨어졌을 정도"라고 전했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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