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혁의 세무神功] 아파트 시장의 ‘흥남 철수’가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8·2부동산 대책’은 과거 노무현 정부 중반 2005년에 발표한 ‘8·31 부동산 대책’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지정하고, 이미 도입한 ‘청약조정대상지역’과 함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청약 제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금융과 세금 규제가 총망라됐다. 8·31대책도 보유세 인상 등을 몇가지를 제외하면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8·2 대책은 과거 8·31대책보다 더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8·31 대책은 주택과 토지를 광범위하게 묶는 바람에 정책 목표에 구체성이 떨어졌다. 그 결과, 정책과 규제 효과도 두루뭉술해 목표를 정확하게 달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8·2 대책은 ‘핀셋 대책’이라고 부를 만큼 주택,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서울을 포함한 특정지역 아파트만 타깃으로 하고 있어 정책 실효성이 높다. 예를 들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조합원 지위 양도까지 금지시키는 등 정책이 구체적이면서 대출 규제도 강력하다. 과거 8·31 대책 당시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이번 대책을 만들 때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8·31 대책은 노무현 정부 중반기인 2005년에 발표돼 정책 효과가 2~3년에 그쳤다. 실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2008년부터는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이 줄줄이 나왔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 첫해에 나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셋째, 8·31 대책은 다주택자와 비사업용토지 양도소득세 중과세 적용시기를 2007년 1월 1일 양도분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해 유예 기간이 1년 4개월이나 됐다. 그러나 8·2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적용시기를 2018년 4월 1 일 양도분부터 적용하기로 해 유예기간을 8개월만 줬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집을 팔 수 있는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폭탄을 피할 방법은 있다.
우선,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 있는 주택을 먼저 처분하고 순차적으로 조정대상지역 중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파는 것이다. 양도차익이 가장 큰 주택은 맨 마지막에 처분하면 된다.
둘째, 요건을 충족하는 임대주택을 세제 적격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2년 이상 거주한 주택을 팔아도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셋째, 매도하기 아까운 주택이라면 결혼한 자녀들에게 증여해 가구당 주택 수를 최대한 줄인 뒤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는 방법도 있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더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투기 대책은 다른 족쇄도 그물망식으로 더해져 있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시와 과천·세종시에서는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시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주계획서를 내야 하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는 40%로 강화된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4구 등 서울 11개구와 세종시는 세대당 주택담보대출을 1건으로 제한하고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시와 세종시, 과천·성남·고양 등 경기도 7개시, 부산시 7개구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및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2년 거주요건 도입) 등이 실시된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매도 물건이 늘어나는 반면 매수 문의는 끊어졌다고 한다.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4월1일부터는 매도 물건 역시 급감하면서 아파트 거래 절벽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가 시간이 지나면 규제를 풀어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2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더 이상 주택시장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라고 집값 안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8·31대책 가운데 가장 효과를 본 제도가 바로 ‘다양도소득세 중과세’였다. 실제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이듬해인 2006년 말까지도 계속 올랐다. 하지만 양도소득세 중과세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07년부터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에 따른 부동산 부양책이 도입되까지 8년 간 집값이 추락했음을 잊지 않기를 권한다.
축제는 끝났다. 양도소득세 중과세 정책이 본격 도입되기 이전인 내년 3월까지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들은 아파트 시장에서의 ‘흥남 철수작전’을 고려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로 그동안 적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데 성공한 투자자라도 이제는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빠져나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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