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동산 관련)

다주택자 매물 소화 안돼..무주택자 "급매물도 지금 사면 손해"

웃는얼굴로1 2017. 8. 15. 18:04

8·2 대책 이후 관망세 이어져 '거래절벽' 현실화..서울·세종 집값 상승률 꺾여 시장위축 심화 우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머니투데이 DB.


#서울 강남구에 내집 마련을 계획 중인 A씨는 지난 5월 구축아파트(신축이 아닌 아파트)를 10억원 초반에 매입하려던 계획을 최근 보류하기로 했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직전까지 두 달도 안돼 12억원 이상으로 치솟은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이달 들어 11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근 실거래가 수준으로 대책 이전 호가보다 1억원가량 떨어진 금액이다.
 
하지만 여전히 A씨가 당초 매입하려던 금액보다 1억원 가까이 비싸다. A씨는 “가격이 5월 이전 정도로 떨어진 것도 아니어서 ‘급매’라고는 하지만 매매를 결정하기엔 이른 것같다”며 “가을까지 가격 추이를 좀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8·2대책으로 다주택자들에게 거주하지 않는 투자용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것을 유도하지만 심리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으로 시장이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규제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아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가격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주택구매 심리는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시장에선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퇴로’조차 마련해주지 않고 궁지로 내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대책에 다주택자의 상당수가 보유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이 매입을 망설이면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규제 직전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던 매물이 이달 들어 호가를 대폭 낮춰 ‘급매’로 나오는데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 웬만한 대책이 나와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던 낙관론이 무색하게 수요자들의 심리 위축이 상당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급매물’은 대부분 직전 실거래가 수준이 맞지만 좀더 낮춰도 당장 계약하겠다고 나서는 손님이 없다”며 “수요자 입장에선 그리 싸지 않은 매물을 살 이유가 없고 매도자는 팔리지 않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책 여파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시장위축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 가운데 세종시에서 가장 먼저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 주간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보합세에 그쳤다. 전주 상승률이 0.58%였지만 대책 직후 급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서울도 주간 상승률이 0.37%에서 0.08%로 위축됐고 수도권도 0.16%에서 0.06%로 상승폭이 줄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추석 때 정도까지는 매도자도, 매수자도 관망세를 이어가며 집값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며 “아직은 시장에 급매물이 나와도 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할 때까지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