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실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고 있는 분양형 쇼핑몰이 도심 흉물로 전락해가고 있다.
분양형 쇼핑몰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동대문과 명동, 신촌, 이대 등 서울 구도심의 핵심 상권에 우후죽순 들어섰다. 사업 시행자들은 건물 공간을 작게 나눠 투자자들에게 개별 분양한 후 분양 대금으로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분양형 쇼핑몰은 2000년대 후반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 등장하고 온라인 쇼핑 비중이 높아진 영향을 받았다. 서울 도심에 있는 대다수 분양형 쇼핑몰의 상가는 여전히 텅텅 비어있고, 사실상 영업을 중지한 곳까지 있을 정도다.
일부 분양형 쇼핑몰들은 상가 가운데 일부 층을 호텔로 전환하거나 통매각을 추진하는 등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때 쇼핑 메카로 꼽혔던 ‘동대문 밀리오레’는 2015년 상가로 사용하던 19~20층을 분양형 호텔로 전환했다. 하지만 아래층 상가는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임차인을 찾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낼 여력이 없는 상가 주인들은 고육지책으로 관리비만 내면 매장을 빌려주는 ‘전대(轉貸)’ 매물까지 내놓고 있다.
2007년 준공된 이대역 인근 ‘예스에이피엠’은 지하 6층, 지상 13층짜리 건물이지만 현재 볼링장 등 4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이곳 역시 기존 의류 매장과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손님이 줄었고 기존 상인들이 줄줄이 가게를 접었다.
신촌 기차역에 지어진 ‘신촌M밀리오레’는 메가박스 영화관을 제외한 상가시설 대부분이 여전히 비었다. 시행사는 분양 당시 “인천공항철도와 경의선 복선전철이 연결될 예정”이라며 홍보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이었고, 2007년부터 300여명이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냈다. 개점 초기부터 입점 상가가 30% 수준에 그쳤고, 설상가상으로 장사도 되지 않아 10년 넘게 방치돼 있다.
분양형 쇼핑몰 점포는 경매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중구 을지로6가의 ‘굿모닝시티’는 공실률이 60%가 넘어, 점포가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낙찰이 힘들다. 굿모닝시티의 한 점포는 올해 4월부터 경매에 나왔으나 3차례나 유찰됐다. 다음달 예정된 경매에서는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51%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매각도 쉽지 않다. 강남역 인근의 분양형 쇼핑몰 ‘점프 밀라노’는 2011년부터 수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일부 점포 소유주가 반대하면서 번번히 거래가 무산됐다. 분양형 쇼핑몰은 상가 소유주들이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으로 쪼개져 있고, 소유주와 임차인, 전차인 등 권리관계도 복잡해 매각이나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도시 재생 차원에서 대규모 공실로 방치 중인 대형 쇼핑몰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단순히 한 건물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차원에서 건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인접 구역의 특성과 연계성을 고려해 건물의 기능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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