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100건 중 6~7건은 입찰보증금 몰수입찰보증금 날리는 낙찰 포기 건수 연간 4000여건
올해 2월 원주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면적 1만3711㎡의 강원 횡성군 횡성읍 곡교리 임야 낙찰자가 발표되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감정가 5억1860만원짜리 임야가, 그것도 한 번 유찰돼 최저 입찰가 3억6300만원에 시작된 경매에서 무려 감정가의 8배가 넘는 45억7510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그만한 값을 써내고 낙찰받을 가치가 있어서였을까? ‘황당한’ 낙찰가가 나온 이유는 입찰자가 입찰가를 쓰면서 ‘0’을 하나 더 붙여서다. 낙찰자는 결국 매수를 포기했고, 최저입찰가의 10%인 입찰 보증금 3630만원은 돌려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날렸다.
경매 입찰 금액을 잘 못 써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 등으로 입찰 보증금으로 날리는 돈이 연간 800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경매에 참여할 때 응찰자들은 최저입찰가의 10~30%를 입찰보증금으로 내야 하는데, 입찰가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입찰 실수가 빚는 ‘참사’인 셈이다.
4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낙찰받은 사람이 매수를 포기해 법원에 몰수된 경매 입찰보증금은 ▲2014년 830억원 ▲2015년 891억원 ▲2016년 833억원 등으로 매년 800억원을 웃돌고 있다. 건수로는 매년 4000여건 정도로, 전체 낙찰건수의 6~7% 정도라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53억원가량의 입찰보증금이 매수 포기로 몰수됐다. 지난달 말까지 전국에서 2만1000여건이 낙찰됐고, 이중 매수자가 대금을 내지 않고 매수를 포기해 입찰보증금이 몰수된 건수는 1200여건(약 6%)에 이른다. 몰수된 입찰보증금은 해당 물건의 재경매가 진행될 때 배당금에 포함돼 채권자들이 받게 되지만, 낙찰자는 써낸 금액의 비율 만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중도 매수 포기는 낙찰자가 사전에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할 때가 많다.
전체 물건인 줄 알고 고가에 입찰해 낙찰받았지만 이후 일부 지분만 나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매수를 포기하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낙찰자가 임차인의 계약기간과 보증금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데,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낙찰을 받아 애를 먹는 경우도 꽤 있다.
올해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나온 서울 관악구 신림동 전용면적 60㎡짜리 한 아파트 경매의 경우, 감정가 2억6500만원의 98%인 2억6000만원을 써낸 김모씨가 낙찰을 받았는데,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었지만 김씨는 매수를 포기했고 당시 최저입찰가의 20%인 2710만원의 입찰보증금을 날렸다. 권리신고와 배당요구 신청을 하지 않은 임차인이 있었는데, 대항력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낙찰금 외에 임차인에게 최대 수억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물어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단순 실수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앞서 횡성군 임야와 같이 ‘0’을 하나 더 붙이는 사례뿐 아니라, 착오로 ‘6’을 ‘9’로 쓰는 등 아라비아 숫자를 잘못 써서 고가에 낙찰받아 어이없이 매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를 잘못 알거나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해 손을 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 응찰자 상당수는 대출에 의존하는데, 지난해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엔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보통 경락잔금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매 응찰자들이 많은데, 이 역시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라 ‘6·19 부동산 대책’에 따라 강화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자칫 대출 승인이 거절돼 매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응찰자들의 실수로 날리는 돈이 해마다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라면서 “응찰자들이 입찰 전 세심하게 권리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앞으로는 강화된 대출규제에 맞춰 자금계획까지 꼼꼼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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