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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에 '갭투자' 광풍] "한몫잡자"시골노인·학생까지 몰려..집값하락 땐 '깡통전세' 속출

웃는얼굴로1 2017. 6. 3. 19:48

성북·관악·동대문구 등 전세가율 80% 넘자
전세금 이용 10년 내외 아파트 타깃으로 투자
전문 컨설팅 기승·대학교 스터디 모임까지 등장
규제강화로 시장 위축 땐 세입자 피해 불보듯

 

서울 아파트 값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전세를 끼고 소액으로 아파트를 사들인 후 되파는 ‘갭투자’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중개업소에 급매매와 급전세 물건을 알리는 알림판이 붙어 있다. /서울경제DB

 

[서울경제] # 강원도 춘천에 사는 최준영(32·가명)씨. 직장에 들어간 지 3년을 막 넘은 그는 최근 서울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공인중개사무실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 10여년 된 아파트 매물을 찾고 있다. 그리고 전세를 얼마까지 낄 수 있는지,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꼭 물어본다. 이른바 ‘갭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꺼진다고 해도 서울만큼은 아닌 것 같다”며 “주변에서 많이 추천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아파트를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갭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주택의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한데다 11·3대책 이후 위축됐던 시장이 다시 살아나자 서울 부동산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서울불패론’ 등이 퍼져가면서 30대 직장인, 학생, 주부 등도 갭투자로 몰려드는 형국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전세금을 메울 수 없는 이른바 ‘깡통전세’도 늘어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나온다.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현재 서울 지역 중 성북구(83.87%), 동대문구(81.79%), 관악구(80.95%), 구로구(80.8%), 중랑구(80.79%) 등 5곳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작구(79.92%), 강북구(79.54), 중구(78.66), 서대문구(78.21%) 등의 전세가율도 80%에 육박한 상태다. 이같이 전세금을 이용해 투자에 나서기 쉬운 곳 중 전세 수요가 많은 10년 내외의 아파트는 갭투자족의 주요 타깃이 된다.

 

부동산 카페 등에서도 서울 강북권을 중심으로 전세금을 이용해 적은 금액을 들여 아파트를 샀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관심이 늘어나다 보니 갭투자를 부추기는 이른바 ‘갭투자 컨설팅’도 기승을 부린다. 심지어 대학생의 부동산 스터디 모임 등에서도 갭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대학생이 갭투자가 가능한 매물을 찾으러 왔었다”며 “중개업 1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갭투자는 위험성이 적지 않은 투자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갭투자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는 가정에서 시작되는데 현재의 부동산 열기가 언제 식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대출규제 등에 본격 나설 경우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자문팀 차장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적은 수익률이 문제가 아니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갭투자가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전세금을 올리고 전세금 상승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매매시장의 과열 요인 중 하나가 전세 세입자가 매수세로 돌아선 데 있는데 전셋값의 가파른 상승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갭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갭투자의 리스크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자칫 투자자는 물론 세입자도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는 일종의 도박”이라며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은 ‘깡통주택’,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를 입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