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보고 팔리는 전원주택

사업 속도 내려 가분할 상태서 분양
사업 과정서 땅 모양 변경
계약 중대 사안 시 계약 취소 가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천 모 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에 분양받은 타운하우스 때문에 요즘 매일 속앓이 중이다. 사다리꼴 반쪽 형태의 반듯한 대지 모양에 마음이 끌려 분양을 받았는데, 시행사에서 이제 와 비뚫어진 오각형의 대지로 변경됐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천 씨는 계약을 무르겠다고 했지만, 건설사가 위약금을 내라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타운하우스는 도심과 그다지 멀지 않으면서도 한적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가 높다. 그러나 토지가 확정분할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곳이 많아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설명=천 씨는 분양 계약 당시 가분할도를 보고 사각형(왼쪽) 모양의 땅을 계약했지만, 현재는 비뚫어진 오각형 모양의 땅(오른쪽)으로 바뀌었다.]

 

천 씨에게 타운하우스를 분양한 시행사 역시 가(假)분할 상태에서 임시로 구획을 나눠 그린 도면을 놓고 분양을 했다. 천 씨는 이를 보고 286㎡(86평)의 대지를 분양받았는데, 건설사가 추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지의 5분의 1정도를 잘라내고 그와 같은 면적의 다른 땅을 갖다 붙이면서 대지 모양이 뒤틀렸다.

 

천 씨는 “토지 모양은 분양 당시의 구매 욕구에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하며, 같은 평수라도 네모 반듯한 모양과 삼각형 모양은 가격이 크게 다르니 땅 모양이 좋지 않게 변경되면 손해를 보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계약 당시 토지가 확정분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나 모양이 변경될 수 있다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건설사 측은 변경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계약서에도 적시했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암반이 나온다거나 경사지가 생길 경우 토지 모양과 건축물의 위치가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계약자들도 3분의 2 정도 세대가 변경이 있었지만 일정 부분 보상 등의 협의를 거쳐 모두 수용했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가분할 상태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것은 사업 속도를 높이고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미리 분양하듯이 타운하우스도 일단 분양한 후 토지를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지 모양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구조나 배치, 방향도 변경되는 경우가 흔해 분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분할도를 바탕으로 분양할 때는 시행사가 소비자에게 변경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주지시키고, 소비자 역시 확정 분할 여부를 확인해 계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공유의 류관석 변호사는 “대지 모양은 계약의 중대한 내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변경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며 “분양사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계약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약관을 정해놓은 경우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효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