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고분양가→고임대료 악순환"..상가 미분양의 공식

웃는얼굴로1 2017. 5. 3. 21:17

상가 투자에 ‘경고등’이 커졌다.

 

분기별 상가 공급 추이. /부동산114 제공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탓에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투자 리스크도 적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상가 공급이 비교적 많았다. 올해 1분기 상가는 59개가 공급돼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84개가 공급됐는데, 2015년 2분기(86개) 이후로 가장 많은 공급량이다.

 

상가 분양가도 오름세다. 3.3㎡당 상가 평균 분양가는 2016년 2분기 2100만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2706만원까지 올랐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재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상가 분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상가 공급이 많은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지난해 11월 95.7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자료=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미만이면 소비자들이 현재 상황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 상가들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인중개업계는 경기에 맞지 않는 ‘고분양가’를 미분양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마포구 주상복합 마포한강푸르지오는 지난해 8월 입주했는데 아직 상가는 텅텅 비어있다. 합정역 바로 앞 역세권 상가지만 주인 없는 빈 점포가 더 많다. 1층 기준 전용 3.3㎡당 1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나마 자리를 채운 건 프랜차이즈 업종 정도다.

 

최근 교보문고 매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별 큰 변화는 없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다 보니 임대료도 3.3㎡당 18만~25만원 정도로 높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며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비싼 임대료는 영세업자에게 부담이 된다”고 했다.

 

미분양 점포가 많이 남은 서울 서대문구 아현역 푸르지오 단지 상가(왼쪽)와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포한강푸르지오 상가 ‘딜라이트 스퀘어’. /최문혁 기자

 

940가구짜리 대단지인 마포구 아현역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상가도 입주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대부분 공실로 남았다. 상가는 임대는 물론 분양도 되지 않아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인근 공인중개업계는 상가가 언덕에 있고 인근 유동인구가 적은 입지 여건을 고려할 때 분양가와 임대료가 높은 편으로 보고 있다. 정태송 123공인 대표는 “임대료가 3.3㎡당 15만원 정도인데, 이 정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성동구 왕십리 센트라스 상가도 2529가구의 대단지를 품고 있지만 분양도 임대도 쉽지 않다. 임대료는 1층 기준 3.3㎡당 25만원 정도로 점포 66㎡ 임대료가 500만원 정도다. 상가에는 아직 빈 점포가 더 많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분양은 어느 정도 됐는데 높은 임대료 탓에 임차인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싼 돈을 주고 분양 받은 상가 주인들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아도 분양가가 비싸 임대료가 높게 측정되는 경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가의 경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공급 과잉인 경우가 많아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며 “분양가가 높은 경우 비현실적인 임대료가 책정되는데, 분양가와 목표 수익률이 현실적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