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지역)자료

"난개발" vs. "선택권".. 두동강 난 장위동

웃는얼굴로1 2017. 4. 19. 17:27

11구역 해제, 빌라업자 휩쓸어
먼저 해제된 13구역 빌라 난립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번에 해제 결정하면서 동네가 완전 두 쪽이 됐어. 소득없이 월세 놓고 사는 사람들이나 상인들은 해제하자 그러고, 노후한 주택 주인들은 계속 추진하자 해서…”

 

지난 13일 서울 장위동 뉴타운 11구역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11구역은 지난달 16일 인근의 8,9구역과 함께 토지소유자 3분의 1 이상의 요청으로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된 곳이다. 총 15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던 장위뉴타운은 이로써 5개 구역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게 됐다.

 

[사진설명=13일 서울 장위동에 신축 빌라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옆으로 노후화된 저층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해제 이후 11구역의 빌라 시장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뉴타운 지정 후 10여년 동안 막아놓았던 것이 풀리면서 조만간 신축 빌라 공사가 곳곳에서 이뤄질 태세였다. 당장은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빌라업자들은 이 지역을 한차례 휩쓸고 갔다.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11구역은 지하철역(돌곶이역) 하고 딱 붙어 있어서 해제 결정나고 나서 땅값이 평(3.3㎡)당 1500만~2000만원 할 정도로 많이 올랐다”며 “좋은 땅은 빌라업자들이 다 사가서 현재는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설명=13일 서울 장위동 13구역에 공사가 마무리된 신축 빌라와 노후화된 건물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고 있다.]

 

2년 먼저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3구역은 11구역이 향후 어떻게 변할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구역은 뉴타운 해제 직후부터 신축빌라 공사가 우후죽순 일기 시작해 현재까지 100여개가 들어서 현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13구역의 달라진 모습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장위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이모 씨는 난개발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옆집은 허물어져 가는데 자기네 건물만 말끔하게 지어놓으면 뭐하나”라며 “도로도 비좁고 차 댈 곳도 없어서 생활환경이 열악하기는 매한가지다”라고 말했다.

 

계획없이 빌라가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사진설명=서울 장위동 11구역이 뉴타운에서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벽보가 붙어있다.]

 

13구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13구역은 2구역이나 7구역 같이 뉴타운 개발이 진행되는 곳에서 이주해온 사람들 덕분에 빌라 분양이 잘 됐다. 하지만 줄줄이 해제되고 있는 다른 구역까지 빌라들이 들어서면 공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개별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난개발로 깎아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며 서울시의 도시재생계획 수립과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학룡 장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이렇다할 계획없이 뉴타운에서 해제돼 난개발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주거환경의 물리적인 개선은 분명히 있었다”며 “시의 지원을 통해 공동기반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은 “뉴타운 해제구역이 빌라촌이 되는 것은 재산권 행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지역 여건에 적합한 맞춤형 지원 방식을 시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