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동산, 숨은 고수에게 듣는다]<7>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
#자산가 A씨는 2010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소형빌딩을 115억원에 샀다. 지하철 압구정역에서 걸어서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대로 뒤편 대지면적 347㎡, 지하 3층~지상 6층 건물이다. 일대는 성형외과, 피부과가 즐비하고 고급 레스토랑, 의류매장이 밀집한 ‘최고 상권’이었다. 하지만 A씨는 4년 만인 2014년 빌딩을 살 때보다 11억원이나 낮은 104억원에 팔았다. 압구정 일대가 정점을 찍고 가로수길과 신사역, 신논현역 인근으로 상권이 이동하는 흐름을 읽지 못한 탓이다.
#또다른 자산가 B씨는 2007년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대지면적 634㎡,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소형빌딩을 195억3100만원에 매입했다.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고급 주거단지를 배후수요로 둔 곳이다. B씨는 빌딩을 6년간 보유한 끝에 2013년 160억원에 처분했다. 이 기간 빌딩 시세는 35억3100만원이나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일 때 비싸게 매입해서 하강기에 제값을 못 받고 팔아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이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사진)는 이들 사례를 들며 제아무리 ‘알짜’로 꼽히는 지역의 빌딩이라도 무조건 가격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중소형빌딩 실거래정보 데이터를 구축해 시장에 처음 서비스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현재는 빌딩 거래부터 공실·임차인·시설관리, 매각 등 빌딩 관련 원스톱 서비스 제공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황 대표는 “2011년 이전까지는 강남 최고로 꼽히는 청담동, 신사동 빌딩에 투자해서 실패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이제는 여기 빌딩도 상권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무리하게 투자하면 자산가치를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중소형빌딩은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하는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다. 빌딩 가치는 입지와 임대료 수익이 좌우한다.
최근 중소형빌딩 시장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고급식당이나 중소면세점, 관광객을 고객층으로 하는 매장의 매출이 타격을 입으면 임대료가 하락하고 빌딩가치도 덩달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소형빌딩의 임대수익률은 평균 4% 안팎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하락하는 추세다. 땅값은 부동산시장 하강기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지만 임대료는 하락해 과거처럼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황 대표는 “자산가들도 이런 이유로 ‘오로지 강남’을 고집하던 인식을 바꿔 ‘탈강남’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강북의 도시재생사업지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마포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성동구, 종로구, 중구 등 입지가 좋은 도시재생사업지의 중소형빌딩이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경제 저성장, 광역교통망 발달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도 도심 역세권 일부만 잘나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높은 임대수익률과 단기차익보다는 5~10년 후를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물 소유주의 고령화와 자녀세대로 증여를 거치면서 건물가치를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는 게 좋다”며 “임차인·공실·시설관리 서비스 시장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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