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 "분양가 3.3㎡당 3000만원 이상" VS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 과도"
경기 과천시 재건축시장을 둘러싸고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공약으로 내건 대우건설이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시공사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과천시의 고분양가 논란을 모니터링해 온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31일 이곳을 서울 송파구, 강동구 등과 함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지난해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서초구를 포함해 강남4구와 과천시의 분양가가 묶인 셈이다. 분양승인 권한을 쥔 HUG가 사실상 과천시 재건축단지의 고분양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HUG의 입장이 알려지자 과천 재건축단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된다.
◇과천주공재건축조합 “분양가는 시세반영한 것”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가가 높을수록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온다. 때문에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등 이번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높은 분양가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시공권은 분양가 3.3㎡당 3313만원을 제시한 대우건설에 돌아갔다. 대우건설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3.3㎡당 3147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조건도 넣었다.
1단지 분양가 수준이 알려지자 분양보증기관인 HUG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분양가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HUG의 내부 지침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주변 아파트 평균분양가보다 10% 이상 높은 단지일 경우 HUG가 이곳의 분양보증을 거부할 수 있다.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면 사업자는 지자체에 분양승인 신청을 할 수 없다. 분양하기 위해선 사실상 HUG의 분양가 기준을 따라야 한다.
과천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단지는 지난해 5월 청약을 진행한 ‘래미안 센트럴스위트’(7-2단지 재건축)다. 이 단지의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2678만원이었다. HUG의 분양가 기준대로라면 1단지를 비롯해 올해 과천에서 분양하는 재건축단지들은 3.3㎡당 3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이같은 HUG의 지침에 과천 재건축단지 조합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시장 원리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시세에 따라 적정히 책정한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조합이 분양가를 책정한 근거는 △매매시세 △수요 △강남권 입지 등이다. KB국민은행과 주변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2007년 입주한 인근 ‘래미안에코팰리스’의 매매시세는 3.3㎡당 약 2900만원이다.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센트럴스위트’는 현재 프리미엄(웃돈)이 약 5000만~7000만원 붙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분양가는 3.3㎡당 30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과천시는 지난해 분양한 1개 단지를 제외하고 최근 10여년 동안 신규 분양이 없었다. 대부분 30년 이상 된 낡은 아파트여서 새 아파트는 희소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입지적으로도 서울 서초구와 붙어있는 ‘준강남권’으로 분류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천의 새 아파트는 상품성도 있고 건설사마다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분양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과천에 침체는 없을 것…인위적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
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를 제한하려는 데는 명분이 있다. 과천의 고분양가가 인근 다른 지역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고분양가가 독으로 작용해 미분양, 미입주, 부동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국내 부동산 시장을 보면 특정 지역의 분양가 폭등이 다른 지역까지 번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며 “금융위기 쇼크로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자 고분양가가 독으로 작용해 미분양, 미입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발 금리인상과 공급과잉 우려, 대출규제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꼽히는 요인들이 산적해 적정 수준의 분양가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HUG는 보고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천 부동산시장은 쉽게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하반기에 물량이 다소 몰리긴 하지만 과천은 실수요자가 많고 강남 접근성이 좋아 미분양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 역시 “정부과천청사 이전의 충격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동인구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며 “준강남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강남 부동산시장과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UG의 규제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억지로 시장가격보다 싸게 분양가를 정하면 청약과열, 불법전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더 커진다”며 “HUG와 조합이 협의해 적정 수준의 분양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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