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A to Z] 신흥 상권으로 눈을 돌려라
서울 강남의 꼬마빌딩 인기는 1990년대 초반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와 지하철 강남역 이면상권, 논현동 한신포차거리 등 강남의 대표상권이 국내 경기 상황과 맞물려 호황을 이뤘다. 이후 10년 이상 각종 프랜차이즈들의 급성장과 수입 브랜드 플래그숍이 강남에 진출하면서 리테일 시장은 임대보다 임차 수요가 넘쳐나는 시장이 됐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동산 가격이 술렁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중소형 빌딩의 가치와 인기는 높다.
■“고수들은 특정 지역 고집 안해”
그러나 막상 강남의 중소형 빌딩에 투자하기란 만만치 않다. 이미 가격이 너무 올랐고 수익률도 낮다. 강남 대표 상권에서 수익률 연 5% 넘는 꼬마빌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워낙 인지도 높고 안정된 상권에 투자하는 만큼 외형은 꼬마빌딩이지만 정작 가격은 중형 빌딩과 맞먹고 수익률은 은행 이자율과 비슷하다.
그런데 의외로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이런 상권에 종종 투자하기도 한다. 심리적 안정감과 전통 상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패한 투자는 아니지만 성공적인 투자라고도 볼 수 없다. 임대수익과 매도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이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미 성숙기에 달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을 비롯해 새로 부상한 마포 연남동, 상수동, 뚝섬 성수동 등도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대부분 젊은 유동인구에 기반한 트렌디 상권으로 아직 임차 수요가 뒷받침된다. 그러나 강남 꼬마빌딩 투자는 이제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목길 상권도 대지 3.3㎡(1평)당 5000만원을 넘어 메리트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강남을 고집할 것인가를 고려해봐야 한다. 강서, 강동, 송파, 용산, 강북 상권에도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 고수들은 결코 특정 지역을 고집하지 않는다. 상권의 발전 프로세스에 본인이 투자하는 시점이 어디쯤인가를 주목한다. ‘부동산은 타이밍’이란 말이 바로 이런 의미이다.
■“해방촌·후암동, 성수동·뚝섬 주목”
용산 상권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꼽아보면 해방촌과 후암동이다. 이태원과 장진우 거리, 경리단길에 많은 투자자들이 기웃거리며 저울질을 해보지만 이미 매매가는 3.3㎡당 6000만~8000만원을 호가하며 많이 올랐다. 그러나 해방촌은 3.3㎡당 3000만원대 중후반이고 요지(要地)라고 해도 4000만원대이다. 외국인 유동인구 비중이 높은 상권으로 이국적인 리테일샵과 미니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커피숍부터 다양한 소매점이 들어서면서 기존 상권에 식상한 고객이 빠르게 유입되는 추세다.
후암동도 3.3㎡당 3000만원대 중후반이면 매물을 찾을 수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편으로 도심(CBD)으로 출근하는 고소득 젊은층 거주가 늘고 있다. 신혼부부가 전세금으로 20평대 땅을 사서 3층짜리 협소주택을 신축해 성공한 이후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트렌디한 주거 상권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유력한 지역으로 볼 수 있다. 단, 오래된 주거지역은 지구단위계획이나 도시정비사업이 예정돼 있는 지를 감안해서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해방촌과 후암동이 거주 인구의 밀집도를 기반으로 형성된 이국적인 생활인프라 상권이라면 이와 달리 외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인더스트리얼 상권도 생겨나고 있다. 인더스트리얼 상권은 최근 유명해진 서울 성수동의 대림창고처럼 공장, 창고, 산업시설의 히스토리를 유지하며 상권을 개발하는 지역이다. 대림창고는 기존 창고의 히스토리를 그대로 살려 비스트로와 커피, 예술작품, 친환경적인 조화가 이루어진 대형 식음료(F&B) 가게다. 이미 해외에서는 공장부지를 리테일 상권으로 개발해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디스틸러리 히스토릭 디스트릭트(The Distillery Historic District)는 오래된 위스키 양조장을 예술과 문화의 거리로 발전시켰다.
성수와 뚝섬지역은 이미 상권 개발이 시작돼 많은 유동인구가 유입되고 있고 지식산업센터가 속속 개발되면서 리테일 상권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역이 넓은 만큼 투자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특히 뚝섬은 최근 고급 레지던스와 호텔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앞으로 꾸준한 지가 상승이 예상된다. 이와 비슷한 상권은 문래동의 창작촌이다. 문래사거리를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가 있고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역 등이 있어 요충지로 꼽힌다. 문래창작촌이 아니더라도 사거리 인근 근생빌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이 눈독 들이는 주변부 상권
아직 주목받지 못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주변부 상권이 있다. 연세대 인근 상권 중에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주변 상권이 그런 곳이다. 홍대 상권의 확장과 호황에 잊혀진 상권이지만 외국인과 세련된 중년층 인구가 유입되고 있으며, 골목길 실용 리테일숍들이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어느덧 제법 모양새가 갖춰진 상권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직 저평가돼 골목길은 3.3㎡당 3000만원대 전후, 이면도로변은 3.3㎡당 4000만원대면 물건을 검토할 수 있다.
조금 더 가시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확정되거나 추진되는 지역을 추천한다. 송파구 가락시영(헬리오시티)과 강동구 둔촌주공,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인근 지역이다. 헬리오시티와 둔촌주공은 각각 1만여가구에 달해 인근 임차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임대료 상승 및 지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거여마천 지역은 뉴타운 개발이 지연되면서 거래가 주춤했지만 개발 계획이 점차 진행되면서 투자하기에 적정한 타이밍일 수 있다. 위례신도시와 연계된 북측도로 신설, 오금동 임대주택개발에 따른 호재가 잇따르고 하남 감일지구까지 개발이 완성될 경우 위례신도시, 거여마천뉴타운에 둘러싸인 근생 블록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림동 중국상권, 천호동 자전거거리, 건대 양꼬치거리, 서초 골프웨어거리, 세종마을 음식점거리 등 작지만 제한적인 상권도 있다. 상권이 협소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체크하며 투자 물건을 찾다보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 투자를 고려한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자설명회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LH는 지방의 택지개발지구에서 점포와 주거를 겸할 수 있는 토지를 분양한다. 택지개발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일정부분 시간이 소요되지만 저렴하게 분양하는 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고양 삼송지구, 위례, 김포 한강신도시, 하남 미사지구 등의 이주자택지 매물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누구나 다 아는 이미 가치가 높아진 지역에 투자해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권을 발굴해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야 본인의 투자 수익도 얻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투자 고수가 가야 할 길이 아닐까.
김명식 JLL 부동산투자자문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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