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휴경농지→묘지 용도변경 "감정가 10배 ↑"

웃는얼굴로1 2017. 2. 15. 17:33

[편집자주] 부동산시장에는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를 무기로 전문가 영역을 구축한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많다. 그들은 오랜 기간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내공을 쌓아왔다. 그들을 직접 만나 실전투자의 노하우를 간접 경험해보는 동시에 2017년 부동산시장 전망도 함께 들어본다.

 

[2017 부동산, 숨은 고수에게 듣는다]<5>강윤식 미래R&D 대표 "경매투자도 창의력으로 승부"


"죽기 전에 자기 묫자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죠. 재력이 있거나 일궈놓은 업적이 많은 분은 땅만 마음에 들면 값을 따지지 않고 매입합니다."

 

강윤식 미래R&D 대표이사(52).
강윤식 미래R&D 대표이사(52).

 

아파트나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대부분인 경매시장에서 쓸모 없어 보이는 땅을 사들여 '묘지땅'으로 되팔아 돈을 번 투자자가 있다.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율이 급매 수준인 주택 대신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땅에 투자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치를 끌어올린 강윤식 미래R&D 대표(52)의 이야기다.


강 대표는 공동묘지 한 가운데 박혀 있어 농사를 짓기도 애매하고 거주에도 적합치 않은 감정가 1000만원 짜리 답 100㎡를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휴경 농지인 땅을 묘지땅으로 용도 변경하고 중장비로 터를 정리한 후 47일 만에 감정평가액의 10배 가까운 금액에 땅을 매도했다.

 

강 대표는 "감정평가사는 휴경지의 논으로 감정을 해 가격을 낮게 매겼지만 전 그 땅의 활용가치를 묘지로 극대화시켜 되팔아 수익을 창출한 것"이라며 "남들이 가진 생각을 뛰어 넘는 발칙한 상상을 해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서른 살에 경매투자에 뛰어들어 20년 가까이 활동한 '고수'다. 20대에 사무기기사업을 하다 실패한 후 소자본으로 경매투자를 시작, 부동산 호황기엔 30여건의 주택·상가에서 "365일 월세 받는 남자"로 스스로를 소개할 정도였다.

 

강 대표는 '프리버드 경매이야기'(http://cafe.daum.net/liberalbird)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직접 혹은 의뢰를 받아 경매투자를 하고 관련 강의도 한다. ‘묘지땅’ 투자는 강 대표가 '자신만의 투자비법'으로 꼽는 노하우다.

 

휴경농지와 같은 땅도 '지목변경'을 통해 묘지땅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땅의 가치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것. 현재까지 성공사례만도 15건에 달한다.

 

실제 활용도가 애매한 일반 땅을 묘지땅으로 만들어 되파는 과정에서 하루에 문의전화만 50여통 받을 정도로 '탄탄한 수요층'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고위공직자나 대학교수, 재력가로 땅만 마음에 들면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도 웬만해선 없다.

 

강 대표는 "앞으로는 경매투자도 발칙하고 창의적인 상상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매 초보자들도 다양한 현장을 둘러보고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동시에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주택 투자는 고가의 아파트보다 빌라투자가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남에 학군과 편의시설이 잘 조성돼 있는 곳에 위치한 빌라를 낙찰받아 내부를 손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실제 최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옆 시세 6억원대 빌라 한 채를 5억원 초반에 낙찰받았다.

 

그는 "강남 지역은 아파트는 너무 비싸 못 들어가지만 교육·생활여건을 누리고 싶은 젊은층의 빌라 수요가 꾸준하다"며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꺾일 때는 강남권에 투자하는 게 보다 안정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무살 대학생부터 주부까지 몰리는 경매투자 열기에 "흥분하지 않고, 큰 욕심을 버리는 게 투자 성공 조건"이라는 조언도 내놨다. 강 대표는 "여유자금의 70% 정도만 소신껏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2000만~3000만원으로 시작해 노하우를 쌓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경매시장 전망에 대해선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후대책으로 임대소득을 원하는 투자자가 많고 상가 매물도 다수 풀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상가투자를 할 때는 체크할 항목을 미리 정리해 현장을 가서 확인하는 게 좋다"며 "상권이 살아있는지, 상가 위치가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길목에 있는지, 인근에 수요를 모두 흡수할 대형 상권이 들어서지는 않을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