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김영란법 시행 4개월째..'한정식·일식집 임대매물 급증'

웃는얼굴로1 2017. 1. 15. 19:55

수도권 한정식집 임대매물 67%증가·권리금은 19%↓
전문가 "상권 침체 지속되면 상가 매매시장까지 영향"

 

"여의도 한자리에서 일식집을 9년간 운영했습니다. 금융위기 한파도 헤쳐 나왔는데 김영란법에 무릎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주변에 식당 매물이 넘쳐나다보니 권리금을 절반으로 낮춰도 문의가 없습니다."(여의도 A일식집 김모 사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4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주요지역 고급 식당 임대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매물이 쌓이면서 가게 권리금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광화문과 여의도 등 핵심 오피스상권의 위축이 두드러진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9년간 일식집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일식집을 매물로 내놨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손님이 절반 밑으로 줄면서 더이상 유지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빠른 처분을 위해 권리금도 시세보다 낮은 1억원으로 내렸으나 한 달 간 문의가 없자 6000만원으로 다시 낮췄다. 김 사장은 "예전만 해도 권리금 1억3000만원은 받을 수 있는 가게"라면서 "김영란법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나다보니 권리금을 주장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매출을 살리기 위해 탕과 샐러드 등 3만원 이하 메뉴 개발에도 힘써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일식집은 생선 회가 매출의 핵심인데 회가 팔리지 않으면서 경쟁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종로구 내자동에서 Y한정식집을 운영하던 최모씨도 지난해 11월 식당을 내놨다. 현재 권리금 5000만원에 가게를 내놨지만 인근에 권리금을 포기한 식당들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말에 걱정이 크다. 정부서울청사와 서울경찰청이 가까워 그동안 예약손님이 많았지만 청탁금지법 이후 예약이 뚝 끊겼다.

 

인근 K공인중개소 대표는 "원래 매물이 많이 나오는 지역이 아닌데 김영란법 이후에 한정식집을 중심으로 물건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손님이 떨어져나간 가게들은 아무래도 높은 값을 부르기 힘든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14일 상가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임대매물로 나온 한정식집은 2559곳으로 전년(1537곳) 대비 1022곳(66.5%) 늘었다. 매물이 넘쳐나면서 평균 권리금은 7846만원으로 1819만원(18.8%) 떨어졌다.

 

일식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지난해 일식집 임대매물 수는 201개로 전년 129개에서 55.8% 증가했다. 평균 권리금은 1억1090만원에서 9834만원으로 11.3% 내려갔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문닫은 광화문 일대의 식당© News1
김영란법 시행 이후 문닫은 광화문 일대의 식당© News1

 

특히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 식당들의 폐점이 눈에 띄었다. 비즈니스 목적의 만남이 잦은 광화문의 경우 2015년 253개이던 점포매물이 지난해 511개로 102%나 급증했다. 여의도 역시 382개에서 630개로 64.9% 늘었다.

 

염정오 점포라인 상권분석전문가는 "내수경기 불황으로 자영업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돼 오피스상권의 고급 한식당과 일식당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점포 매물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300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016년 비즈니스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에 비해 매출액이 감소한 소상공인은 55.2%로 절반을 넘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매출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김영란법 시행'을 지적했다.

 

상인들은 최근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등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이어 청탁금지법 개정 가능성을 밝힌 것에 대해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권 침체가 지속될 경우 향후 상가 매매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김영란법의 여파가 1차적으로 상가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상권 침체가 지속돼 공실이 장기화되고 임대 수입에 지장이 생길 경우 결국 상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k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