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부동산 경기, 상반기 정점 찍은 뒤 하락..올해는 실탄 준비할 때"

웃는얼굴로1 2017. 1. 5. 17:31

풍수지리가 이형윤 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
3년간 양의 기운 유입됐는데 작년 말부터 음의 기운 몰려와
산 깎아 신도시 만드는 시대에 과거의 명당 요건 고집 말아야
현대의 명당이란 '입지'와 '조화', 주변과 어울리면 북향도 좋아

 

“도시의 산과 강이 없어지거나 변했는데 과거 방식으로 명당을 찾을 순 없잖아요. 부동산도 시대와 용도에 따라 명당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형윤 대구가톨릭대 지리학과 겸임교수(49)는 풍수가라기보다는 부동산 컨설턴트와 같은 인상을 준다.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아 올해의 부동산 투자전략을 묻자 그는 대뜸 고개부터 저었다. 그는 “새벽을 깨우는 닭의 해이니 올해 분위기가 길할 것이라거나 투자자의 사주(四柱)와 특정 지역, 특정 부동산이 맞다고 하면 그걸 믿겠느냐”며 “그렇게 투자해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실탄 준비할 때

 

이 교수는 지리학 외에도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외래교수)에서 ‘상가 풍수’와 ‘현공-아파트 풍수’를 강의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공풍수란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유행해 퍼진 풍수이론이다. 해당 연도의 운에 따른 음택 또는 양택의 방위와 공간 구성에 관해 길흉을 판단한다. 그는 “현공풍수는 상수역학(象數易學)의 갈래로 일종의 숫자 조합인데 대학 교육이라는 제도권 커리큘럼에 어떻게 맞춰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원래 호남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감정평가법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 고객을 위한 감정평가 및 경매 업무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과 인연을 맺었다. 약 20년 전 큰형을 따라 조부의 묘 이장터를 보러 다니다가 풍수학에 매료됐다. 대구한의대(풍수지리학 석사)와 대구가톨릭대(지리학 박사)에서 석·박사 학위도 땄다. 처음에는 고지도를 활용한 음태풍수(묘터를 보는 풍수이론의 하나)를 강의했고, 2011년부터 상가 등 상업시설 풍수를 가르치고 있다. 역시 풍수지리가인 조인철 원광디지털대 동양학과장을 사사(師事)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부동산 싸이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풍수에선 가장 저점인 극음(極陰)의 단계에서 소양(少陽)이 비추기 시작해 음양의 균형을 이룬 뒤 점차 극양(極陽)으로 나아간다. 재건축사업을 예로 들면서 이 교수는 “이미 쓰러져가는 낡은 집만 있는 극음의 단계에선 점집이 생겨나기도 한다”며 “양의 기운이 서서히 유입되면서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거나 주거용도가 상업용도 등으로 변해 극양의 단계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정부가 저금리와 규제 완화라는 양의 기운을 불어넣었는데, 작년 말부터 음의 기운이 들어오고 있다”며 “3년을 주기로 봐 올해 상반기에 부동산 경기는 정점을 찍은 뒤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는 투자자들이 실탄(여유 자금)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그는 조언했다.

 

◆용도(用途)에 따라 명당 달라

 

이 교수는 과거에 배운 전통적인 풍수는 이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산을 깎아 신도시를 세우고 물의 흐름을 바꿔 길을 새로 만드는 시대에 과거의 명당 요건을 고집할 순 없다”며 “이제는 주변의 건축물과 도로 등이 과거의 4신사(四神砂) 역할을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4신사란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전주작(前朱雀) 후현무(後玄武) 등으로 구분한 원래의 자연지형(산 강 등)을 말한다.

 

이 교수는 또 부동산 용도에 따라 명당의 개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자와 같은 문화재는 반궁수(反弓水) 지형에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반궁수란 물이 둥글게 흐르면 그 바깥쪽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물이 감싸고 도는 지형을 명당으로 봐 반궁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집은 반궁수에 짓지 않지만 현대인들은 이런 반궁수의 입지에 들어선 정자나 문화재에서 풍경을 조망하고 휴식을 취한다”며 “커피숍과 편의점, 모텔과 관공서마다 자리가 다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목(木)·화(火)·금(金)·수(水)·토(土) 등 다섯 가지 기(氣)를 가리키는 오행(五行)에서 학교는 ‘목’, 은행은 ‘금’, 관공서는 ‘토’, 유흥가는 ‘수’의 성격이 강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 교수는 직접 목격한 병원 투자 사례를 예로 들었다. 광주시 한 산능선에 들어선 병원 입지는 물이 사방으로 떨어지는 분수지형이었다. 이런 곳은 재물(물)이 나가고 의견이 갈라지기 십상이다. 이 교수는 “병원 투자자끼리 의견이 갈리면서 결국 망했다”며 “병원이 경매에 넘겨져 건물 내 약국에 투자한 사람은 결국 보증금을 모두 날렸다”고 말했다.

 

◆조화와 기운이 핵심

 

이 교수는 현대에서 명당이란 ‘입지’와 ‘조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변의 건물이나 집이 4신사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나의 건축물을 누르기도 한다”며 “주변 건물이 높으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적당하도록 내 건축물도 높이와 규모가 있어야 하고, 도로(유입 인구의 기운)가 넓어지면 그에 맞춰 건축물(용기)도 커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허허벌판의 신도시에 혼자 들어선 개성 넘치고 튀는 고층 건축물은 풍수적으로 좋지 않아 임차인이 많이 바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너무 둘러싸여 바람이 고이면 썩고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 혼자 맞아도 안 좋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풍수의 향은 지도의 절대 향과 달리 상대적인 것이어서 주변 지형과 어울리면 북향도 괜찮다”며 “서울 강남 한강변의 고층 아파트들은 뒤 남쪽에서 화(火)의 기운을 받고 있어 북쪽 한강쪽으로 적당히 나무를 배치하면 좋다”고 말했다.

 

나이에 따라 이로운 주거지가 다르다는 견해도 밝혔다. 기운이 왕성한 젊은 사람들은 신도시나 훼손된 강한 자연 지형을 버틸 수 있지만 나이 든 노년층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나이 들고 몸이 아프면 개성이 강한 공간보다는 10층 이하의 저층이나 기존에 살던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또 거실에는 베란다를 두는 등 완충되면서 순화된 기운이 좋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