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배기에 자리한 낯선 두 집
늦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 5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 자락의 한 협소주택을 찾았다. 마을버스가 오르내리는 급경사구간 바로 옆에 위치한 이 협소주택은 3층 건물로 언뜻 보기에 일반 전원주택처럼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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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협소주택. /사진=임한별 기자 |
하지만 옆으로 이동하자 날씬한 자태가 드러났다. 옆에서 보기에는 커보였지만 두께는 얇은 전형적인 협소주택의 모습이었다.
출입구는 두개다. 언덕 동선을 따라 아래쪽에는 1층 출입구가, 조금 위쪽에는 또 다른 출입구가 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경량 스틸이 적용됐고 벽돌 담을 둘렀다. 색상은 하얀색 벽에 검정색 지붕으로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거주자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동네 주민들은 이 집이 생긴 뒤로 구경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 동네는 전부 오래된 집뿐인데 이 집이랑 근처에 다른 협소주택이 지어진 뒤로 구경오는 사람도 많고 사진도 찍고 갑니다.”
동네 주민의 안내에 따라 도보 2분 거리의 또 다른 협소주택을 찾았다. 이곳 역시 언덕에 위치했지만 앞서 길가 모퉁이에 지어진 협소주택과 달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벽돌 주택 사이에 지어져 협소주택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특히 오래된 주택들에 둘러싸여 더 눈에 띄었다. 외관 역시 한층 더 날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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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협소주택. /사진제공=마음담은건축 |
◆골목과 어우러진 공간 활용
같은 날 동작구 사당동의 또 다른 협소주택을 찾았다. 이곳의 분위기는 홍제동의 오래된 주택골목과 비슷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 더 좁아진 골목으로 들어선 후에야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사당동 협소주택은 겉모습이 하얀색으로 통일돼 깔끔했다. 양옆으로 지어진 지 30년 이상 돼 보이는 1층 기와집과 단독주택이 자리했고 바로 앞 건물에도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있었다.
어른 걸음으로 열발자국 정도 되는 좁은 공간에 3층 건물이 들어섰지만 단순한 색감과 디자인 덕에 주변 주택과 크게 이질감이 없어 보였다. 1층 현관 옆으로는 작은 나무 담벼락과 정원이 자리했다. 작은 마당 공간은 너무 좁아 활용도가 떨어져 보였다. 테라스나 옥상 등의 구조는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좁은 골목과 어우러진 집이었다.
이어 봉천동 관악구청 인근 협소주택도 방문했다. 평범한 동네 빌라 옆 승용차 두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3층짜리 협소주택이 자리했다.
이 협소주택은 홍제동 협소주택과 마찬가지로 정면에서 보기에는 건물 두께가 얇고 옆에서 보면 넓었다. 주변은 지은 지 몇년 안된 신축 빌라와 30년가량 돼 보이는 낡은 다세대주택 등이 둘러싸고 있었다. 둘러본 골목 중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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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동 협소주택. /사진=임한별 기자 |
◆후암동을 밝힌 하얀 명소
“방송에도 몇 차례 소개돼서인지 찾아오는 사람이 꽤 있어요.” (동네 주민 A씨)
“주변 땅값이나 남는 용지가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자 B씨)
며칠 뒤 찾은 용산구 후암동 소재 협소주택은 홍제동과 달리 평지에 자리했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큰 길까지 도보로 10분가량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주택 앞 도로는 차량 2대가 동시에 지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동네 풍경도 작은 아파트 단지, 일반 다세대주택, 빌라 등으로 다양했다. 주변 풍경은 봉천동 협소주택과 흡사했다.
후암동 협소주택은 빨간색 지붕의 예스러운 집 사이 공간에 높게 자리했다. 지상 5층 건물로 앞선 다른 협소주택보다 높았지만 겉모습은 하얀색으로만 통일돼 깔끔한 모습을 보였다. 인상적인 부분은 건물 외벽에 난 창문이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몇층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을 만큼 창문 크기와 위치가 불규칙했다.
내부구조는 1층이 현관과 주차장이고 나머지 층은 주방·거실·서재·침실 등으로 구성됐다. 5층은 테라스로 꾸며 주변 조망도 가능하다.
후암동 협소주택을 설계한 이용의 공감도시건축소장은 협소주택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한다. 그는 “협소주택은 이웃간 층간소음 갈등이나 사생활 범위 제한 등의 문제가 없다”며 “여기에 최근 천정부지로 뛴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장점이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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