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며 밤새 눈이 내린 3월 하순,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횡성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횡성호와 어답산은 겨울 끝자락과 봄의 문턱에서 환상적인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어답산은 하루 전에 내린 흰 눈을 고스란히 머리위에 이고 서있고, 횡성호 주변은 아직 얼음이 덮여있었지만, 조만간 찾아올 봄의 전령을 맞을 치장을 하느라 황금빛 햇살에 온몸을 내맡기고 드러누워있다. 오는 봄과 가는 겨울이 함께 빚어낸 이국적인 풍광은 보기에도 황홀했다.
갑천면의 풍경화는 어답산과 횡성호, 그리고 계천이 완성한다. 비록 '흥행성'은 영동고속도로 새말·둔내IC 일대에 비해 처지지만, 그 '작품성'만큼은 횡성에서도 으뜸이다. 어답산과 함께 기암괴석과 명경지수가 일품인 병지방계곡과 횡성온천(실크로드) 등이 어우러져 관광명소를 형성하고 있다.
어답산(789m·御踏山), 다소 특이한 산 이름은 '임금님이 친히 밟아 본 산'이란 뜻이다. 그만큼 많은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진한(辰韓)의 태기왕을 ?던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이 산에 발자국을 남겼고, 비로소 무명산(無名山)은 이름을 얻었다. 쫓기던 태기왕은 피 묻은 갑옷을 갑천면 계천에서 씻었다고 해서 갑천(甲川)이란 지명이 탄생했다. 병지방리(兵之方里)와 병지방계곡 역시 박혁거세에 쫓기던 태기왕의 병졸들이 머물렀다는 설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
횡성호 주변 |
병지방계곡은 횡성에서 가장 오지에 속하는 곳에 자리한 청정계곡으로 어답산과 발교산(995m), 태의산(675m)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계곡바닥의 조약돌까지 비치는 맑은 계곡물이 풍부하며 수목이 울창하다. 한 마을 주민은 "횡성에서는 갑촌면 병지방계곡과 청일면 신대계곡이 유명한데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병지방계곡이 한수 위"라며 "특히 선녀탕 일대는 갖가지 기암괴석과 들꽃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주위에 가락골, 고든골, 샘골, 주춧골 등 작은 지류들이 흐른다. 이 계곡을 따라 들어선 마을들은 농촌풍경을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횡성군에서 토종마을로 지정했다.
![]() |
병지방리 마을 모습 |
이 마을들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순수와 풍광이 살아 숨 쉰다. 게다가 아직 찾아보면 싼 땅이 제법 있다. 서울 접근성도 영동고속도로 하나만을 놓고 보면 새말·둔내IC 인근 지역에 비해 떨어지지만, 중앙고속도로 횡성IC를 통해 영동고속도로와 경춘고속도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기에 어찌 보면 '양수겸장'이라는 게 현지 땅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순수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적지인 셈이다.
횡성읍 석병진 공인중개사는 "삼거리 횡성온천 주변은 3.3㎡(1평)당 30만~35만 원선, 가장 풍광이 빼어난 화전리 펜션단지 일대는 50만~70만 원선인 반면, 병지방리는 이보다 훨씬 저렴한 10만~25만 원 대의 땅들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경치가 좋은 계곡 옆 땅은 20만~25만 원선에 형성되어 있지만, 조금 떨어지는 곳은 11만~15만 원짜리도 제법 많다.
![]() |
눈덮힌 어답산 |
강원도 영서지역 땅 전문 김원석 플러스공인 대표는 "횡성 전체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그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고, 제2영동고속도로와 원주~강릉복선전철 사업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별장형 전원주택 입지로는 말할 것도 없이 횡성호 주변이 최고다. 특히 화전리 펜션단지 일대는 저 멀리 횡성호의 수면위에 어답산이 떠다니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동남아의 유명 관광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다만 펜션과 별장형 전원주택이 섞여있어 조용한 휴식에 다소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갑천면에서 '전원벨트'를 조금 확장해본다면 인근 공근면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갑천면 보다 되레 중앙고속도로 횡성IC를 이용하기가 편리한 데다 땅값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홍천군 동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어둔리와 상동리가 대표적인데, 3.3㎡(1평)당 15만~20만 원선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전쟁이 끝나면 평화가 오는 법. 각종 전쟁 설화가 얽혀있는 병지방리는 이후 유구한 세월동안 평화로운 안식처로서 자신을 찾아오는 인간을 조용히 품어왔다. 근래 들어 어답산관광지 개발 등으로 원시의 순수함이 다소 퇴색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진짜'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 & 토지 칼럼리스트)
'전원주택·인테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부-(23)자르고, 쌓고, 파고…마음에 드는 땅은 만들어진다 (0) | 2011.04.05 |
---|---|
제2부 집짓기-(22)토목공사란 ‘성형미인 땅’을 만드는 작업 (0) | 2011.04.05 |
제2부 집짓기-<21> “편하게 짓자” vs “싸게 짓자” 선택은 건축주의 몫 (0) | 2011.04.01 |
전원명당(3)춘천 실레마을 “난, 전철타고 김유정 고향으로 간다” (0) | 2011.04.01 |
제2부 집짓기-(20)집 공사기간은 “준비한 만큼 단축 된다” (0) | 2011.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