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이면에서 5년째 전용 66㎡짜리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승민(58·가명)씨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손님이 크게 줄어들어 매출로는 임대료를 내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씨의 가게 양 옆에 있는 점포들도 최근 오른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영업을 포기했다. 조씨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50만원을 내고 있는데, 매출로는 임대료도 보전이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6개월 정도만 더 지켜보고 가게를 접을지 결단을 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상권 중심 사거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김수현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7/18/chosunbiz/20160718135202929kcwe.jpg)
서울 강북을 대표하는 상권인 종각역 일대 상권이 몇 년 간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 때문에 휘청이고 있다. 이곳은 인근에 대형 상가를 낀 그랑서울과 디타워 등이 들어서면서 1~2년 간 임대료가 급격하게 올랐는데,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매출은 오히려 줄면서 떠나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을 빠져나오자마자 1층 상가 점포 유리창에 붙어있는 ‘임대문의’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중심 거리인 젊음의 거리로 들어서자 가시성이 좋은 코너 자리인데도 1~3층 전체가 비어있는 상가건물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인근 상가 1층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수현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7/18/chosunbiz/20160718135203126aidv.jpg)
부동산114에 따르면 종각 상권의 임대료는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올랐다. 2014년 1분기 강남역 상권(1㎡당 3만8200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종각 상권(1㎡당 3만6200원)의 임대료는 1년 만에 5만8400원으로 올랐고, 지난해 4분기에는 7만500원까지 치솟았다. 길 건너 저층부에 대형 상가를 낀 그랑서울과 디타워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일대 공시지가가 뛰었고, 임대료도 함께 오른 것이다.
오른 임대료는 독이 되고 있다. 실제 평일 오후인데도 테이블 전체가 비어있는 음식점을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으로 볼 수 있었고, 이면으로 갈수록 최근 문을 새로 연 가게들이 많았다. 한 일본식 주점은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지난달 29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유리창에 붙어 있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상권의 중심 거리인 젊음의 거리. /김수현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7/18/chosunbiz/20160718135203324ezgp.jpg)
거리 곳곳에는 ‘건물주와 세입자는 가족입니다. 임대료 인하하여 골목상권 활성화 합시다. 갑이 도와야 을이 삽니다. 을이 죽으면 갑도 죽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관철동 M공인 관계자는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쓰고 있던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는데, 보증금 5억원에 월세가 2500만원이었다”면서 “관리비와 각종 세금 등을 합치면 하루에 100만원 가까이 벌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종각역 이면도로 상가 밀집지. /김수현 기자](http://t1.daumcdn.net/news/201607/18/chosunbiz/20160718135203593nqoi.jpg)
관철동 N공인 관계자는 “종각역은 대부분 음식점과 술집, 카페 등이 밀집한 식음 상권인데, 임대료는 화장품이나 신발, 의류 등 판매업종이 겨우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건물주들이 과하게 요구한다”면서 “종각역 상권 점포의 절반은 이미 매물로 나왔거나 곧 매물로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설현(30) 씨는 “종각역에 자주 오는 편인데, 4~5년 전에는 유동인구도 많고 북적이는 느낌이 들었는데, 최근에는 문 닫은 가게도 많아졌고 한산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종각역 일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철호(가명) 씨는 “신촌·이대상권이 4~5년에 죽었고, 이곳도 요즘 들어 상권이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라면서 “종각역 상권이 이 정도면 서울 강북에선 명동을 빼면 살아남는 상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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