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투자

[현장르포] 신도시 상가 증후군 우려되는 '위례신도시' 가보니..

웃는얼굴로1 2016. 3. 21. 13:14

대규모 입주 이어져도 상가는 텅비어 단지내 상가 대규모 공실
편의점 찾기도 어려워 트램길 인근 중심상권 임대료 높아 입주 저조

 
지난해 말부터 위례신도시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많은 상가들이 비어있는 채로 남아 주민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대 심리 때문에 높게 형성된 임대료도 떨어지지 않아 미리 입주한 세입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쌓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편의시설 인프라 구축이 아파트 입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신도시 상가 증후군'이 위례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입주에도 상가는 텅텅… "편의점도 단지 당 한 두 곳"

20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위례신도시는 곳곳에서 상가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준공이 완료된 상가에는 대부분 공인중개사무소가 입주해 있었다. 그나마 1층은 최근 공실이 줄어들었지만 2층부터는 대부분의 건물이 비어있는 채로 남아 있었다.

위례신도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엠코타운 플로리체' 등 7개 단지에서 6426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했다. 향후 3달 동안 '송파와이즈더샵을 비롯한 1572가구도 추가로 입주를 시작한다. 이렇게 대규모 입주가 시작됐지만 상가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상가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가던 주부 조모씨(37)는 "인근에 큰 마트가 하나밖에 없는데 차로가기도, 걸어서 가기도 애매한 거리라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 물건을 살 때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며 "그나마 가까운 편의점도 한 단지에 한 두 곳 정도"라고 토로했다.

위례신도시 A공인중개사무소 이모대표는 "아파트는 대규모 입주를 시작했지만 상가는 아직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주민들은 주말을 이용해 장지동 이마트 등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분양가로 임대료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상가 공실은 많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공급면적 66㎡ 상가의 월 임대료는 단독주택 단지내 상가의 경우 200만~250만원, 단지 내 상가는 300만~400만원, 중심상권의 상가는 400만원 이상이다.

떨어지지 않는 임대료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유치원 앞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나모씨는 "나름 목이 좋다고 생각해 들어왔지만 월세 내기도 벅차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일 하고 있다"며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에는 임대료를 적게 받을만한데 기대심리 때문인지 높은 월세를 고집한다"고 호소했다.

분양가가 높다보니 상가 소유주 입장에선 임대료를 낮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위례 W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심 상가의 경우 3.3㎡ 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육박했다"며 "작은 카페가 들어갈 정도인 공급면적 66㎡ 상가가 10억원에 분양되면서 연수익률 6%를 맞추려고 하니 임대인이 임대료를 낮추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례가 다른 신도시에 비해 상가가 부족한 편이라 임대료는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세입자를 받지 않아도 임대료는 제값을 받겠다는 임대인들이 많아 공실도 빠르게 소진되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U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먼저 입주한 상가는 권리금을 낼 필요가 없는데다 상권을 점유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때까지 버티는 사람이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권이 아파트 입주 속도 못 따라가는 '신도시 상가 증후군' 우려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2010년대 초반 판교 등의 수도권 신도시에서 벌어졌던 '신도시 상가 증후군'이 위례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판교신도시 중심상권의 상가 공실률은 70%에 달했다. 판교 내 아파트는 대부분 2009년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 3년차인 2012년에도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판교뿐 아니라 광교, 김포한강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청약 과열 → 상업용지 고가 낙찰 → 상가 분양시장 활황 및 고가 분양 → 상권 형성 부진 → 임대료 및 수익률 급락' 사이클이 나타났다.

다음달 중 판교에서 위례로 사무실을 이전할 예정인 공인중개사 안모대표는 "판교도 최근 1~2년 사이에 신도시로의 제 모습을 갖췄다"며 "위례의 상권도 향후 3~4년동안 몇 차례의 손바뀜을 겪어야 상권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신현보 수습기자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엠코타운 플로리체', '에코앤 캐슬' 인근의 상가. 대규모 이주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세입자를 찾고 있는 상가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