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를 활용한 재난대비용 도시 필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재난으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은 없을까. 풍수와 관련된 지역으로 ‘십승지(十勝地)’라는 곳이 있다.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라고 하여 전쟁, 흉년, 전염병이 들어오지 않는 10곳의 지역을 의미한다.
십승지 위치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지역이 전해져 오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일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일대, 영주시 풍기읍 금계리, 예천군 용궁면 일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대, 충남 공주시의 마곡면과 유구읍 일대, 경남 합천군 가야면 일대, 전북 무주군 무풍면 일대, 남원시 운봉읍 일대, 부안군 변산면 일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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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승지의 하나인 전북 무주군 무풍면 일대는 덕유산 자락이 사방을 감싸고 있으며 그 안에는 넓은 평지가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은 전쟁, 흉년, 전염병이 없는 삼재불입지지로 알려져 있다. |
주로 깊은 산속에 위치해 외부의 침입이 힘들고, 넓은 들판과 물이 풍부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외부와 통하는 길이 많지 않고 험준하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전염병이 돌지 않는 이유다. 현재는 이들 지역도 교통이 사통팔달로 뚫려 있기 때문에 십승지로서 큰 의미는 사라졌다. 그러나 재난대비용 도시로서 십승지를 활용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메르스 사태가 기후변화와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는데, 그 빙하 속에 묻혀있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유출되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재앙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지금의 메르스 사태는 그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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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승지가 있는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브랜드화한 ‘십승지’ 농·특산물은 풍수지리적으로 잘 보전된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
지금처럼 전염병이 돌면 격리가 필요하다. 자가격리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때 보건당국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기란 어렵다. 또한 집안에 고립된 격리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들을 재난대비용 도시에 수용하여 비교적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재난은 예고가 없다. 조상들은 십승지를 미리 정해놓고 재난이 닥쳤을 때 이곳으로 몸을 피했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으로 예고되었다. 그런데도 재난대비 공간을 마련해놓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연 |도시계획학 박사·인하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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