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정경연의 생활 속 풍수 이야기] 정부세종청사 자리는 좋은 터 아니다

웃는얼굴로1 2015. 5. 11. 20:01

② 세종시에 수구막이 숲을 가꾸자

풍수지리적으로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자리는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앞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사람이 살 곳을 택할 때에는 먼저 지리를 살피라고 하였다. 아무리 경제적 조건이 좋더라도 지리가 좋지 못하면 오래 살 곳이 못된다고 했다.

지리 중에서도 첫째는 수구가 좁게 닫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수구란 마을이나 도시 내부의 물이 하천이나 강으로 빠져나가는 곳을 말한다. 마을의 입구는 대부분 수구에 있으며 이를 동구라 한다. 수구가 좁고 그 안쪽이 넓으면 바람이 순조롭고 햇볕이 잘 들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세종청사는 수구가 넓게 트여서 기운이 모이지 않고 금강 쪽으로 빠져나가는 형상이다. 지형을 비보하기 위해서는 금강변에 수구막이 숲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택리지에서는 수구가 넓어서 앞이 텅 비어 있으면 사람과 재물이 자연히 흩어지고 없어진다고 했다. 이중환의 염려대로 정부세종청사 앞은 장남평야로 넓게 트여서 금강까지 막힘이 없다. 정부청사의 기운이 모이지 않고 강 쪽으로 빠져나가는 형상이다. 그래서일까 세종시에 상주하는 공무원은 채 절반도 안 되고, 퇴근시간이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대부분 빠져나간다.

수구가 닫히려면 주산에서 좌우로 뻗은 능선이 안쪽으로 감싸주고 그 끝이 서로 교차해야 한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팔로 감싸 안아주는 듯해야 좋다. 그러나 이곳은 원수봉(251m)에서 좌우로 뻗은 능선이 정부청사를 감싸주지 않고 양팔을 벌리듯 금강변까지 내려갔다. 수구가 넓게 트인 이유다.

 

경남 남해 물건리의 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과 해일을 막아 마을을 보호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숲이 해를 입으면 마을이 망한다고 믿어 잘 보호해 왔다.수구가 넓은 지역은 바람 피해에 취약하다. 정부청사를 중심으로 뒷산 쪽은 폭이 좁고 앞의 강쪽은 넓다. 지형이 깔때기처럼 생겨서 강바람이 산 쪽으로 불면 비록 약한 바람이라도 점점 빨라진다. 겨울철에는 바람이 세고 강해서 여간 추운 게 아니다. 이런 지형에서는 감기 환자가 많고 난방에너지가 많이 들기 마련이다. 또한 수해에도 약하다. 집중호우로 금강이 범람하면 앞에 막아주는 산이 없기 때문에 도시와 마을이 침수되기 쉽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풍수에는 비보(裨補)가 있다. 자연의 미흡하고 부정적인 것을 인위적으로 보완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터전을 가꾸는 것을 비보라고 한다. 비보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가장 일반적인 것은 숲 조성이다. 전국의 비보숲 대부분은 수구에 있어서 수구막이 숲이라고도 부른다.

예컨대 안동 하회마을의 만송정은 여름 홍수 때 수해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세찬 북서풍을 막아주고, 마을사람들에게 휴식과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남해 물건리의 방조어부림은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림, 파도와 해일을 막는 방조림, 바다에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어부림의 역할을 한다. 함양 위천의 상림숲은 신라 때 최치원이 조성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큰 홍수가 나도 물난리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세종시도 금강변을 따라 수구막이 숲을 조성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숲이 있는 마을은 여름에는 더운 바람을 막아 시원하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아 훨씬 포근하다. 금강변에 숲이 조성되면 겨울철 정부청사로 부는 차고 강한 바람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된다. 바람이 온화하고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세종시에 더 많은 공무원들이 상주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경연 도시계획학 박사·인하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