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600만 시대 고급화 새단장 하지만 명동에 밀려
-저금리로 투자수요만 늘어 점포 임대·매매가격은 치솟아
명동과 함께 서울의 양대 상권으로 손꼽히는 동대문의 상인들이 요즘 울상이다. 600만명을 넘어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동대문 종합쇼핑몰을 고급화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서울 명동을 여전히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국어 안내판, 점원의 중국어 사용, 고급 브랜드와 풍부한 제품과 물량 등이 아직은 명동보다 약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대문 상권은 울상이지만 부동산 투자 수요는 식지 않고 있다. 점포 투자자들이 불경기인 요즘이 점포 매매가격이 바닥을 친 시점으로 보고 매수에 나선 상태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매출은 줄고 상가 임대료 부담은 늘어나는 이중고에 빠졌다.
↑ 동대문 종합쇼핑몰 앞 거리의 모습. 월요일 오전 관광객조차 별로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허경구 인턴기자
↑ 동대문 평화시장 내부 모습. 이 곳 상인들은 줄어든 매출에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허경구 인턴기자
↑ 종합쇼핑몰 여성의류 코너의 점포 매매가격은 적게는 1억원대에서 많게는 8억원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며 위치별 임대료도 100만~5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허경구 인턴기자
◆ 명동 찾는 요유커…동대문 매출 60% 줄어
9일 대형쇼핑몰과 시장상인이 몰려 있는 동대문의 오전은 한적했다. 상인 대부분이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관광공사가 말한 바로는 지난해 국내 중국인 관광객은 약 613만명이다. 600만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시대 인기 관광지인 동대문이지만 상인들은 최근 매출감소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조모(63)씨는 "매년 2월은 비수기이긴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유독 매출이 줄었다"며 "지난해 1월 하루 매출액은 50만원가량이었지만 지난달은 하루 매출이 20만원 선에 그쳤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이 말한 바로는 점포당 임대료는 1실(전용면적 약 4㎡)당 보증금 4500만원, 월 임대료 70만원 정도다. 자리에 따라 차이가 크다. 조씨는 1.5실 규모 점포를 월 110만원 정도에 임차 중이다. 매출은 60%가량 급감하면서 임차료 부담도 늘었다.
종합쇼핑몰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대문 두타(옛 두산타워) 1층 여성의류 매장에서 영업 중인 이모씨(28)는 "점포 3실(전용면적 12㎡)을 월세 800만원에 임차했다"며 "월매출은 4000만원 정도로 약 2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 인건비와 의류 원가, 월세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 매출이 줄어든 데는 중국인 소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대문 시장은 '질 낮은 상품이나 짝퉁을 취급하는' 과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호객행위를 금지하고 점포의 고급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인 등 관광객이 명동에 매장을 둔 브랜드 선호도가 높고, 물량 역시 동대문보다 명동에 많다는 인식 때문에 위상이 무너졌다.
올해 두 번째로 한국 관광을 온 마핑촨(22)씨는 "한국에 와서 수천위안(20만~100만원)을 옷 구입에 쓰는데, 지난해 대부분 옷을 명동에서 구입했다"며 "명동은 브랜드 의류가 많고 크기나 디자인 별로 수량이 부족한 경우가 없어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이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학생인 옌타이링(21)씨는 "명동은 동대문보다 중국어 문구도 많고 상인 대부분이 중국어를 할 수 있어 편하다"며 "명동을 10회 정도 방문하면 동대문은 1~2회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 관광객 줄었어도 투자수요 여전…평화·종합시장 점포는 "매물 없어"
상인들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점포 매물 찾기는 어렵다. 상인들 체감경기가 종합쇼핑몰보다 더 나쁜 평화시장, 동대문 종합시장, 신평화시장의 경우 특이하게 매물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상가 점포는 월임대료가 70만~450만원 정도인데 매입가는 1층의 경우 8억원이 싼 편이다. 연간 투자수익률은 8%가 안되는데도 매물이 없다. 수익률 측면에서는 종합쇼핑몰이 나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매물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임대권 권리금과 등기권 가격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종합쇼핑몰과 달리 시장 상가 점포 임차 수요는 꾸준하다. 또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자산가치 상승률 때문에 임대수익보다는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둔다.
동대문 종합시장의 A공인 대표는 "매물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만 나와도 1~2일이면 거래가 되기 때문에 동대문 상권을 잘 아는 투자자가 아니면 매입하기 어렵다"며 "임대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자산가치 상승을 노리는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두타, 밀리오레, APM 등 종합쇼핑몰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매물 가격이 줄었다. 임대료 가격이 낮아졌지만 투자 수익률은 좋아 투자 문의는 많다.
종합쇼핑몰 매장을 주로 취급하는 M공인 대표는 "쇼핑몰 에스컬레이터가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점포는 매매가격이 7억원이며, 층별·위치별로 매장 임대료가 다르고 매입가도 다르기 때문에 투자 금액에 따라 다른 매물을 연결해준다"며 "매물마다 8% 정도 수익률이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의 두타, 밀리오레, 헬로 에이피엠(APM) 등 종합쇼핑몰은 1개 점포를 매입할 수 있다. 점포 하나를 1구좌라고 하는데 전용면적 3.96㎡ 정도로 좁다. 이 점포 하나를 매입하는데 7억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목이 좋은 곳에 한해서다.
층별로 매입가가 다르지만 저층부에 있는 여성의류 매장은 2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점포가 매입가 7억원, 보증금은 약 4000만원, 임대료는 440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을 포함한 연 수익률이 8%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공시지가만 따져봐도 국내 땅값 중에는 손가락으로 꼽히는 곳으로 동대문 상권이 가지는 위상 자체가 높아 점포 소유자나 권리자는 매매하는 경우가 없다"며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에 종합쇼핑몰에도 투자 수요가 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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