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김두규 교수 國運風水] 여의도는 끼와 재물의 땅… 국회, 세종市와는 '풍수 궁합' 괜찮더라

웃는얼굴로1 2014. 8. 8. 02:17

풍수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땅(地)을 살피는(相) 일, 즉 상지(相地)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며 그 일을 하는 관리를 상지관(相地官)이라 하였다. 상지의 목적은 무엇인가. 땅의 성격을 파악하여 그에 걸맞은 용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국회의사당이 자리한 여의도를 상지할 때 어떤 특징이 드러날까. 여의도는 산이 없고, 물가에 있으며, 모래땅이며, 바람이 세다.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곳은 살 곳이 못 된다. 그렇다고 사람이 안 살았던 것은 아니다. 특수 직업군이 살았다. 지금은 직업에 귀천이 없지만 옛날에는 천대받던 팔천(八賤·조선시대 천대받던 여덟 가지 직업군)에 속했던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한동안 '고향이 여의도'라거나 '여의도 출신'임을 아예 밝히지 않았다. 세상이 바뀌고 직업관도 바뀌었다. 이제는 여의도에 살거나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지난 2004년 세종시 건설 전의 원수산
지난 2004년 세종시 건설 전의 원수산 / 김두규 교수 제공
풍수 서적들은 '산은 인물을 주관하고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山主貴 水主富·산주귀 수주부)'고 적고 있다. 그런데 여의도는 산이 없고 물이 많다. 재물의 땅이다. 산은 고요하고 물은 시끄럽다(山靜水動·산정수동). 산으로는 도(道) 닦으러 가고 물로는 놀러 간다. 자신의 끼(氣·talent)를 마음껏 발산하고 돈을 보는 연예인들의 터이다.

또 인근 지역에 비해 여의도는 바람이 세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것이 풍문(風聞)이자 풍설(風說)이다. 방송과 증권가 소식지와 인연이 깊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 여의도는 모래의 땅이다. 모래는 흩어지는 성질이 있다. 한 나라의 부(富)가 어딘가 꼭꼭 숨겨져 있으면 안 되고 흩어져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종합하면 여의도는 방송·금융·엔터테인먼트 등의 땅이다.

그렇다면 여의도와 국회는 궁합이 맞는 것일까. 다양한 민원을 입법화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라고 한다면 물·모래·바람 등의 지기를 갖는 여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분산시키는 기운으로 인해 그 땅은 국회를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려 한다.

풍수적 대안이 있을까. 그 모범적 사례를 2014년 이전을 목표(1차 단계)로 현재 건설 중인 경상북도 도청사 터가 보여준다. 예천과 안동이 공유하는 영산(靈山) 검무산을 주산으로 하여 그 아래 드넓은 터에 청사가 지어지고 있다. 풍수적 지혜가 반영되었다. 그 구체적 이점이 무엇일까. 배산임수(背山臨水)이기에 전체 지형이 앞은 낮고 뒤는 높다(前低後高·전저후고). 상하수도 시설을 위한 기초 토목공사가 쉽다(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약). 사방을 산이 감싸면서 주로 남향을 하게 된다(쾌적한 기후 조건을 만들어 냉난방 효과가 탁월). 주산이 분명하기에 도시 건설에 중심축이 분명해진다(자연과 조화 및 접근성 용이).

최근 들어 출범 2년을 맞은 세종시로 국회를 옮기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행정중심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비능률과 비상식이 지배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무소불위' 권력에 취해버린 국회는 세종시 공무원들을 언제나, 맘대로 서울로 불러올려 일을 제대로 못 하게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럴 거면 차라리 국회도 세종시로 옮기자는 것이다.

반듯하고 웅장한 산은 그러한 심성을 북돋워준다. '상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세종시 지역은 국회와 궁합이 나쁘지 않다. 주산인 원수산도 반듯하고 주변을 아우른다. 그 앞에는 금강이 흐른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확연대공(廓然大公·우주만큼이나 넓은 공평무사함)한 심성을 함양해야 한다. 그들이 그런 심성을 갖지 못하겠다면 국회가 땅의 정기라도 받게 자리를 옮기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