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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웃는얼굴로1 2014. 6. 11. 16:01

공병호

 

하루는 강남의 로데오 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명동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택시 운전하시는 분께서는 연배가 7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분이었는데 이동을 하면서 그분의 말씀을 들어 보니깐 7~8년 전까지 서울 외곽에서 벽돌공장을 운영하신 분이었습니다.
이 분은 인생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아울러 본인의 박식함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분이었습니다. 또 월남전도 참가했었다고 하면서 이 부분 역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어떤 분이든 많이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 분이 저한테 먼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손님, 며느리가 초등학교 갓 들어간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합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이야기 했소. 뭐할라고 영어를 가르치노. 그런거 안 가르쳐도 된다. 그러지 말고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이나 제사를 어떻게 지내는지 제대로 가르쳐라.”고 하시면 준엄하게 꾸짖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께서는 계속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그 말 틈사이로 제가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상이 바뀌면 사람도 바껴야하죠. 늘 옛날식이 옳다고만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며느리가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아이들의 장래에는 반드시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결정했고, 도움이 그렇게 필요하진 않지만 시아버지께 말씀을 드린건 알고 계시라고 말씀을 드렸을겁니다.”
제 말을 듣던 그 분이 제가 그 분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언짢으셨던거 같습니다. 제게 경상도 특유의 약간의 불투명한 말투로 “난 알 바 아니오. 지네들이 아이를 가르치던 말 던 그것은 저거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면 아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게 좋소!” 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하고 저 사이에 손님과 기사와의 관계를 떠나서 어색한 침묵이 조성이 됐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분은 자부심이 참 강하신데 그 자부심이 상당부분 삶에 대한 경직성을 나타내고 그 경직함은 모든 일에 대해서 선입견을 만들게 되고, 그 선입견은 나이와 더불어 좀 더 견고한 고집과 아집으로 바뀌게 됐구나.’
저는 그 분 말씀을 들으면서 ‘나도 나이를 들어가면...’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다르게 이야기 하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힘들어 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나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좀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 나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가운데서 젊은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시거나, 아이를 키우는 가장들 같으면 ‘항상 젊은 세대와 맞추려고 노력해야 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몫이기도 하지만, 나이든 세대의 몫이라는 점을 여러분들이 염두해 두시면 굉장히 존경 받는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을것입니다.

아침에 인터뷰를 하던 중에 인터뷰어(interviewer)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존경하는 분이 어떤 분이 계십니까?”
저는 “만나는 모든 분이 스승일 수 있습니다.”라고 얘길했습니다.

오늘 제가 강남에서 명동을 가면서 만난 기사분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제게는 ‘나이를 들어가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준 좋은 스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소견이나 방식만을 옳다고 고집하고 다른이의 것을 그르다 여기는 것은 올바른 생각은 아닙니다.’ 언젠가 읽었던 글귀가 생각하는 시간이었기도 합니다.

여러분 늘 나이와 함께 좀 더 유연한 사고, 세상을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을 갖추기 위해서 힘껏 노력해 나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