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글

이순재 '내 인생의 자존심'

웃는얼굴로1 2014. 4. 13. 00:49

공병호

 

73세, 올해 우리나라 연세로 75세 정도 되시는군요. 탤런트 이순재 씨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죠. 어떻게 하면 저렇게 큰 스캔들, 작은 스캔들도 없으신지. ‘그런 스캔들 없이 오랫동안 저렇게 사람들에게 인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분도 계실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무려 다섯 시간을 투자해서 인터뷰를 가진, 정말 긴 인터뷰가 어느 잡지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런 이순재 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저는 재미난 대목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자가 짓궂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의 예쁜 여배우들과 연기도 많이 하셨을 텐데 어떻게 좋은 일이 없으셨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순재 씨가 “나도 남자인데 왜 그런 유혹이 없었겠느냐? 오늘날처럼 잘 꾸며진 부분이 아니고 촬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조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많았다.”고 합니다. 매니저도 없고, 코디도 없고 혼자서 옷 갈아입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날은 비를 철철 맞아가면서 촬영을 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 남자라면 여배우를 꼭 안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이렇게 이순재 씨가 말씀하시고, “그 여배우 가운데 생각나시는 분이 누가 있습니까?” 라고 묻자, 문희 씨, 남정임 씨, 윤정희 씨, 김지미 씨 등 당대의 톱배우들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스캔들이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기자가 “그런데 왜 그렇게 스캔들이 유독 없으셨냐?”고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대목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순재 씨가 “왜 스캔들이 없었는가?”라는 부분에서 중요한 이유로 자신이 아주 중요하게 여긴 부분 중 하나가 ‘교육적 자존심’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나온 학교에 대한 누, 자신이 받은 교육에 대해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다소 고지식한 일념 때문에 그와 같은 부분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 한번 들어 보시죠. “살아오면서 자신을 지킨 중심이 있었다면 그것은 교육적 자존심이었을 거예요. 내가 다닌 학교에 대한 쥐꼬리만 한 자존심이었어요. 특히 내가 다닌 서울고등학교는 상당히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곳이었거든요. 내가 연예인을 하거나, 정치를 한다고 흠이라도 잡히면 동창들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저 녀석은 이상한 데 가더니 결국 학교 망신을 시키는구먼.’ 이렇게 이야기할 것을 두려워했다.”라고 합니다. 너무 순진하시죠. “그런 의식이 제가 함부로 처신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순재 씨는 서울대 철학과를 나오신 분이시죠. 교육적 자존심, 여러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집안에서 오는 자존심도 있고, 어떤 조상에 대한 자존심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자신이 받은 교육에 대한 자존심으로 인해서 숱하게 빠질 수 있는 스캔들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이 저는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터뷰를 보면서 제가 떠오른 인물이 영국의 평론가로 활동하는 찰스 헨디입니다. 찰스 헨디는 평생 동안 자기 자신이 올곧게 삶을 살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가난한 목사 집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부모 덕분에, 그와 같은 좋은 교육 덕분에 자기 자신이 유혹에 실수하지 않고 한평생을 견뎌낼 수 있었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갖고 계신 자존심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육적 자존심이 될 수도 있고, 배움에 대한 자존심이 될 수도 있고, 집안에 대한 자존심이 될 수도 있고, 부모에 대한 자존심이 될 수도 있겠죠. 이순재 선생님의 칠십 평생을 통해서 알아본 멋진 교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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