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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상속

웃는얼굴로1 2014. 4. 3. 01:01

공병호

 

여러분 주말에 책에 흠뻑 빠져서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며칠 전 키란 데사이라는 분이 지은 ‘상실의 상속’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근래에 읽었던 소설책 가운데서 가장 감동적이고, 아주 깊게, 흠뻑 빠졌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란 데사이는 1971년생이고, 인도계 미국인입니다.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2006년도 제38회 부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받았습니다. 모전자전이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어머니가 부커상 후보에 3번씩이나 올랐지만, 수상하지는 못한 인도계 미국인으로 지금은 MIT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아니타 데사이입니다.
   

그런데 이 ‘상실의 상속’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놀랐던 부분 중 하나가, 소설이 이렇게 정밀하게, 마치 독자로 하여금 아주 생생하게 자기가 속해 있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섬세한 묘사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정말 소설가에게 경외감을 표현할 정도로 그렇게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인도와 미국 사이를 오가는데요. 인도의 아주 깊은 시골, 칼림퐁이라는 산악 지역이 배경입니다. 그런 시골에서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서 미국의 맨해튼의 식당 보조원으로 출발한 아들을 둔 사람들과 전화 연락을 하는 부분들이 아주 긴박하게 진행되어 있는, 주 무대는 인도의 산악 지역의 한 촌이지만 많은 스토리가 맨해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멋진 작품입니다. 언젠가 여러분들도 시간이 되시면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거기에 이런 인상적인 대목이 나옵니다. 16살 된 여학생, 이름은 사이입니다. 그리고 사이라는 학생에게 과외(물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노니라는 노처녀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인상적이기 때문에 여러분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니와 사이는 다시 물리학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노니가 말했다. “내 말을 잘 들어, 사이야. 인생에서 기회를 얻으면 그것을 꽉 잡아야 된다. 나를 보렴. 나는 젊었을 때 내 미래를 생각했어야 했어. 그런데 너무 늦게야 내가 오래 전에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단다.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 나는 영국 문화진흥원에 가서 투탕카멘왕에 대한 책을 바라보곤 했지.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걸 이해해주실 분들이 아니었어. 그렇게 교육을 받았단다. 사이야, 너는 너 자신의 생각에 따라서 행동해야 돼.”
   

여러분, 이 대화 가운데 16살의 여학생에게 과외 선생님이 아주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은 너 자신의 생각에 따라서 인생을 살아야 된다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보시면 노처녀인 노니 씨가 갖게 되는 안타까움은 자기 생각대로 인생을 살아 보지 못한 애환이지요. 그런데 이 대화 부분에서도 또 한 번 우리가 짚어야 할 부분은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그 설득에 따라서 고고학자의 길을 걸어갔다면 이런 안타까움은 없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젊은 날부터 많은 부분을 생각하시고 여러분 자신의 미래를 자기 생각에 따라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멋진 연애에 관한 부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노니는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못했다. 노니는 조용한 방에 앉아 영혼을 촛불처럼 떨리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노니는 콜카타의 파티에서 엉덩이를 단단히 감싸고 라임소다에 든 얼음을 격렬하게 흔들면서 요염한 모습으로 사교에 나선 적도 없었다. 덧없지만 화려한 로맨스에 새빨간 깃발을 자신의 존재에 휘날린 적도 없었고 자기가 실제보다 나아 보이도록 연극의 에피소드처럼 사랑에 빠진 적도 없었다. 멋진 사랑을 해 보지 못한 노처녀의 안타까움을 이렇게 멋지게 작가가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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