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치는 자유

공병호

 

미국발 금융위기가 수습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여진(餘震 -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끝난 뒤에 미치는 영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면서 저는 ‘인간이 갖고 있는 탐욕이라는 부분들이 얼마만큼 강한가!’라는 생각을 하지요. 타인은 어떻게 되든 간에 자신의 이익이 남을 수 있으면 마음껏 자신의 자유를 만끽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실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은 탐욕은 적절한 수준까지 제어가 돼야 하고, 제어를 위한 규율과 제도의 도입이라는 것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점을 이번 금융위기가 가르쳐준 큰 교훈이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몇 일전에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한 원로 경제학자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형무소에는 강요된 질서만 있고 활력과 창의가 없다. 시장에는 억압된 질서보다 때때로 사고치는 자유가 적합하다.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물론 이와 같은 글을 읽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이 원로 경제학자는 최근의 미국의 금융위기를 ‘사고치는 자유’가 만들어낸 일종의 부작용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사고치는 자유’, 표현이 거칠지요. 그러나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혁신과 발견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고가 지나치게 클 때는 사회 전체적으로 큰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요. 특히 이번처럼 금융위기라는 것은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에서의 많은 부실이 발생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책임을 져야 되지 않아야 되는 사람들, 사회 전체가 금융의 부실문제를 부담해야 하는, 부실의 사회화 현상이 발생하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금융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로 경제학자가 표시한 것처럼 그런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한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고치는 자유를 상당부분 인정할 때 바로 혁신과 창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여러분께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고치는 자유’라는 용어를 생각할 때에 저는 떠오른 부분이 언젠가 만났던 한 젊은이와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에서 근무를 하면서 본인이 느끼는 소회를 “사고치는 자유가 너무 억압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농담반 진담반 얘기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자리가 올라갈수록 약간의 실수나 실패, 그리고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부분은 아무도 그와 같은 것을 시도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그 기업은 하고 있는 일 중심으로 매사를 처리하게 되더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것은 균형에 문제라고 봅니다. 방종과 방임도 위험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규율 때문에 사고치는 자유 자체가 억압되는 것도 성장과 발전에는 큰 장애물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우리가 한 사회를 볼 때 어떻게 하면 그 방종과 사고치는 자유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 갈 것인가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이죠. 개인의 삶도 지나치게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하고 고민을 하다 보면 정작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도전을 하거나, 좀 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해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불가능해질 때가 많습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실수와 실패에 대한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고치는 자유라는 면에 좀 더 창발(創發 -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내거나 이루는 일)적 발상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향해서 계속적으로 도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모든 자유는 실수와 실패에 대한 부분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부분에 크게 개의치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개인, 그런 조직, 그런 사회가 우리가 염원하는 미래의 개인, 조직, 사회 모습에 가깝지 않겠나고 생각해봅니다.

 
여러분들 오늘 하루도 도전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여행길에서 큰 성과를 거두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