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인테리어

[스크랩] 경치만 파 먹고 살 작정인가?

웃는얼굴로1 2011. 1. 6. 01:32

 

백여미터 앞에 홍천강이 휘돌아 나가고 그 위에 다리가 걸려있고 그림같은 미루나무가

주변에 줄지어 섰고, 그 뒤로 산들이 농담을  달리하며 겹겹이 펼쳐진 ..

여기에 큰 거실 창을 내면 .. 항상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감상하며 살겠구나 ..

동네사람 말을 빌면 그 터가 건국초기의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의 생가 터라는 둥

참 여러가지 회상이 떠오릅니다.

제가 우연히 지나치나 너무나 마음에 들어 몸살을 앓듯이 전전긍긍하다가 집을 팔아

처음 장만했던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 .. 

뒤로는 팔봉산 앞으로는 홍천강이 넘실거리는 기가막힌(?) 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변덕은 또 다른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역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어떤 계곡 안
산과 접한, 마치 비밀의 화원을 연상했던 땅을 보고는 넋이 빠져 가계약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틀동안 고민한 끝에 현금보따리를 싸들고 쳐들어가 담판을 지어 억지로 사들인 ...

동네 사람들은 절이나 기도원이라면 모를까 어린 아이들까지 데리고 거기서 어찌 살겠느냐며

걱정들 하셨던 곳입니다만~ 그때 참 많이도 설레었고 하루 하루가 마치 꿈같았습니다.

 

7, 8년 전의 이야기로 지금은  모두 제 손을 떠나 씁쓸한 추억으로만 남아있을 뿐,

아마도 그때는 경치만 파먹고 살 작정이었나 봅니다.


몇 년 전에 접한 어떤 조사에서는 서울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

(아마 강북 쪽 동부이촌동이나 한남동주변으로 추측)에 사는 주부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꽤 높은 수치로 나왔습니다.
거실 창으로 내다보이는 한강풍경이 그 원인 이라는데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 전 안면도에서 미국식 목조주택 일을 배울 때 작은 섬 산마루에 어떤 별장공사를 했었습니다.

바다 건너 서천 땅이 아물아물 보이는 그야말로 "끝내주는" 위치였기에 주위에 산을 더 밀어

주택 단지로 분양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미 외지인이 서너 가구 들어와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집들이 있었는데

그 전 태풍에 지붕이 홀랑 날아가 버려 지붕공사를 다시 했답니다.

원 주민들은 산아래 아늑한 포구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한 분은 아버지의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을 모시고 살 새집을 지으려고

아버지 소유의 넓은 산과 밭 중에서 좀 높은 곳, 발아래 마을과 논 밭, 멀리 수많은 낮은 산들이

중첩되어 보이는 말 그대로 앞이 탁 트인 위치를 선택했는데 "그게 무슨 집터냐"는
아버지의 반대로 지금 위치에 집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아버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편안합니다.

제게 풍수에 어떤 조예가 있지는 않으나 조상들의 주거를 되짚어 생각해 보니

삼천리금수강산 빼어난 곳곳에 사찰이나 잠시 즐기기 위한 정자는 있으되 먹고살기 바빴던

평민들은 물론 여유가 있고 풍류 꽤나 즐기던 양반님들도 그런 장소에 살림집을 지었던 흔적은
없습니다. 근 현대에 들어서면서 경치가 수려한 곳은 모두 관광지로 개발되어 호텔이나 콘도,

요즘에는 팬션이 가세해 풍경을 즐기려고 방문하는 여행자가 몇 일씩 쉬어 가는 그런 곳입니다.


실제 많은 분들이 거실 창 가득 그림같은 풍경을 담고싶어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치르게 될

대가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잘 모릅니다.

먼저 그만한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운 좋게 찾더라도 땅값이 가까운 주변보다 훨씬

비쌀 뿐만 아니라 대게 그런 곳은 토목공사비가 많이 들기 십상이고

(창호설치 및 냉난방 비용 등) 커진 창과 비례해서 알게 모르게 공사비 또한 그만큼 늘어납니다.

또 그로 인한 직접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데 예를 들면 호수(저수지) 주변이나 깊은 계곡에

사는 분들 중에는 주변의 습한 기운 때문에 호흡기관이 나빠지기도 하고 집안이 눅눅하여

곰팡이가 여기저기 생겨서 “피곤한” 일이 자주 발생할 뿐만 아니라 골이 깊은 계곡에 인접한 집은

급작스런 호우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도 염려됩니다.

눈앞의 절경은 가끔 가보는 여행지에서 취하면 될 것입니다.

가볍게 산보하면서 즐길 수 있는 거리에 만족할 만한 경치가 있으면 족하고 아주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사람들(마을)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아늑한 곳에 자리 잡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저도 한때 산 높고 골 깊은 오지로 들어가 가족들과 소박하고 조용한 삶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열정에 사로잡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자의반 타의반 실패를 겪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동안 시각이 많이 조정되어 이제는

어떤 분의 지적처럼 “인간으로부터 도피한 자연에 순응하는 삶"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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