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촌 동생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가족 여행'. 그 얘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척 아프고, 한편으론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혼자만 자주 여행을 다녔던 것 같은 일종의 부채감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연말연시가 되면 특별한 의식처럼 혹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가족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일몰·일출 여행을 겸한 겨울 여행이 될 것이다. 내 경험상 7번 국도를 따라 떠났던 동해안 겨울 여행은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웠다.
전국 어디에서 가든 동해안 여행은 강릉을 분기점으로 시작된다. 강릉에는 우리나라의 가장 동쪽, 모래시계가 있는 정동진이 있기에 매년 1월1일이면 일출을 보려는 사람으로 붐빈다. 평생에 한 번은 정동진 일출을 보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그보다도 강릉은 커피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기에 커피박물관을 시작으로 안목해변 커피 거리와 유명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에서는 선교장과 경포대에 들러 역사와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고, 참소리박물관에 들러 에디슨의 위대한 발명품에 대해 배워도 좋다. 강릉 중앙시장에서의 먹을거리 탐방도 즐겁고, 하슬라 아트월드에서 만나는 예술작품도 우리의 감수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연합뉴스 양양 낙산사 의상대 |
양양에서 1박을 한다면 낙산사 옆 의상대에서 일출을 보자. 굳이 1월1일이 아니더라도 이맘때 맞이하는 일출은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기에 충분하지 않던가? 2005년 화재 이후 황량했던 낙산사는 양양군민과 불자들의 노력으로 거의 다 복구되었다. 낙산사에서는 점심 때 국수를 무료로 제공한다.
양양에서 더 올라가면 속초와 고성이 이어진다. 2012년에 리모델링해 깨끗해진 속초의 명물 대포항에서 새우튀김과 조개구이를 맛보고(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니 정말 맛만 보기를) 아바이 마을로 이동해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가는 갯배를 타보자. 한국전쟁 후 고향으로 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속초 청호동은 이제 '아바이 마을'로 불리며 이북식 순대와 냉면을 파는 곳이 되었다.
그곳에 사람들이 함께 끌어야만 움직이는 갯배가 있다. 편도 300원 하는 배를 끌어보며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너무 거창한 이야기가 될까? 갯배를 타고 건너면 속초 중앙시장이 나온다. 여행의 마무리는 재래시장 탐방으로!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소통'이 되었다. SNS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정작 사람 사이의 소통은 잘 안 되는 시대.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때론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라 생각해 상처를 주기도 하는 존재다. 연말연시를 맞아 가족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 사회의 뿌리가 되는 가족부터라도 서로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가장 소중한 가치 '가족'과 가장 행복한 단어 '여행'이 합쳐졌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장은숙 (부산사대부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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