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지맥 보존하려면 건물 바닥에 흙 깔아야

웃는얼굴로1 2013. 10. 13. 14:14

고제희

 

한옥은 북방문화에서 비롯된 온돌방과 남방문화인 대청이 한 건물 안에 들어서 있는 살림집이다.


북방과 남방문화의 조화라는 면에서 우수성이 입증됐는데 한 옥의 또 다른 특징인 후원(後園)도 한국 조경에서만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은 산천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니 뒷산에서 집으로 뻗어온 지맥과 지기가 온전히 보존돼야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다고 믿었다.  그 결과 배산임수 지형에 터를 잡고 집을 산기슭에 바짝 붙여 지었다.

 

후원은 산 비탈면을 깎아 화단을 만들고 계단에는 철따라 꽃을 피우는 화초와 꽃나무를 심고 괴석을 놓기도 했다.  모두 집으로 흘러드는 산의 정기가 훼손되지 않도록 초목으로 보호한 것이다.

 

배산임수는 뒤쪽에 산을 두고 앞에 내와 들이 있는 전저후고 지형을 말한다. 집터의 뒤가 높고 앞이 낮으면 일조량이 풍부해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에는 남동풍이 불어와 시원하다.

 
뒷산에 무성한 나무는 물과 흙을 보호ㆍ유지해 쾌적한 미기후를 조성하고 배수가 용이한 데다 집 안에는 오물이 고여 썩지 않으니 예부터 '진토(晉土)'라 하여 귀하게 여겼다.
 
또 지기는 흙을 따라 흐르고 흙에 머물기 때문에 흙을 파내고 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 집을 짓는 것을 꺼렸다. 어떤 경우든 지표면 흙을 훼손하지 않은 채 돌이나 나무로 꾹꾹 흙을 다진 후 그 위에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하지만 요즘에 짓는 집과 건물은 지맥과 지기의 보전이라는 전통 가치관이 상당히 무시되고 있다.  가급적 도로에서 접근하기 편리한 터를 선호하고 지하주차장을 위해 땅 속을 깊이 판 뒤 용지를 평탄히 고르고 골조를 세운다.
 
도로 양 옆에 건물을 지으면 대개는 양쪽 건물 모두 도로를 바라보도록 건물의 향을 놓는데 이 중 하나는 지맥에 역행해 건물 향이 놓아져 흉하다.

 
즉 아무리 평탄한 땅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지맥도 산에서 내와 강쪽으로 흘러간다.

 

이 지맥에 순행해 지은 건물은 배산임수 터라 길하지만 그 반대 쪽 건물은 역으로 번영할 운을 가지지 못하고 분란이 잦다.

 
마치 말을 타고 달릴 때 말 갈퀴를 붙잡고 달리는 경우(순행)와 말 꼬리를 붙잡고 달리는 경우(역행)에 비유된다.

 

현대의 집도 마찬가지다.

 
땅을 깊게 파 암반 위에 집을 지은 아파트는 '기가 센 집'이다.

 
지기가 쇠약한 터의 다른 표현이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말 그대로 금값이다.

 

따라서 건물을 지을 때면 당연히 지표면 흙을 걷어내고 땅을 깊이 판 다음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공조실 등을 둔다. 이럴 때 지기를 보전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풍수는 흙을 기 덩어리로 보니 땅 속에 석 자 정도로 생토를 고르게 깐 다음 그 위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골조를 세워야 한다.

 
이것은 상처 입은 땅을 치료해 지덕을 발동시키는 풍수의 비책이다.

 
성토를 하려면 비용이 들지만 훗날 지기가 발동해 받을 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