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김두규 교수의 國運風水(국운풍수)] 화물 가득 싣고 항해하는 배 모양의 한반도… 무역으로 경제대국 될 형세

웃는얼굴로1 2013. 4. 22. 08:52

형세(形勢)라는 말이 있다.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풍수 전문 용어이기도 하다. 풍수 고전 '금낭경'은 "천척(千尺)이 세(勢)가 되고, 백척(百尺)이 형(形)이 된다"라고 형세를 정의한다. 여기서 숫자 천과 백은 절대적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이다. 우리나라 형국에 적용할 때, 세(勢)는 곤륜산에서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지맥의 기세를 말하고, 형(形)은 한반도 모양을 말한다. 지정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形)와 이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힘의 관계(勢)를 말한다.

우리나라 형국에 대해서는 일찍이 육당 최남선이 대륙으로 진출하는 용맹스러운 호랑이(猛虎·맹호)와 화물을 가득 싣고 해외로 항해하는 배 모양(行舟形·행주형)으로 보았다. 맹호는 지정학적으로 군사 강국이 될 수 있음을, 행주형은 지경학(地經學)적으로 무역을 통해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렇게 맹호와 행주로 우리나라 형세를 표현함이 객관적인가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풍수가 주관(主觀)지리학이자 심상(心象)지리학적 성격을 갖기에 피할 수 없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우리나라 형세를 어떻게 보았을까?

1900년대 초 미국인 학자 앨런 아이랜드(Alleyne Irland)는 조선의 형세에 대해 말했다. "동북아시아에서의 그 위치적 관계는 근동 지역의 터키와도 같으며, 영국의 식민지인 이집트와 같으며, 미국의 파나마 운하처럼 정치·경제상 발전 가능성이 크다(도요카와 젠요·豊川善曄의 '경성천도' 재인용)."


	김두규 교수의 국운풍수 삽화
1930년대 일본 제국주의학자 도요카와 젠요도 조선의 형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선을 지배하는 자는 전 극동을 지배하고, 전 극동을 지배하는 자는 전 태평양을 지배한다. …만일 태평양 저기압의 중심을 극동이라고 한다면, 극동 저기압의 중심은 바로 조선이다. 그러나 이 저기압이 일단 고기압으로 바뀌면 제왕의 자리에 올라 사방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선반도는 극동의 최대 요지라고 하겠다('경성천도')."

미국인 아이랜드나 일본인 도요카와는 조선에 호의적인 학자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조선의 형세가 세계 대국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축복의 형세이다. 그러나 그들은 조선을 축복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지 못하면 결코 제국주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서 나온 말이다. 특히 도요카와는 다음과 같이 우리 자존심을 긁어서 기를 죽이고 있다. "조선인은 4천년 동안 조선 반도에 거주하였을 뿐, 지금까지 이곳을 지배한 적이 없다."

한반도의 풍수상 형세가 그와 같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강국이 될 형세이기에 끊임없이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풍수적으로 어떻게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을까? 육당의 맹호형국론과 행주형국론에 이미 답이 나와 있다.

그 가운데 후자인 행주형국론은 육당이 고안한 것이 아니라 일찍이 도선 국사가 말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윤명철(동국대·역사학) 교수가 주창하는 '동아지중해론(東亞地中海論)'과 일맥상통한다. '동아지중해'의 중심 국가로서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으로 동시에 진출할 수 있는 최상의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해양 강국을 통해 동아시아 맹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론이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가 이를 좀 알았더라면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한반도 형세'를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