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역학

[김두규 교수의 國運風水(국운풍수)] 일부 장관후보의 부동산 투기 망신… 땅은 정직하다, 땅에도 윤리가 있다

웃는얼굴로1 2013. 4. 6. 23:05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엄청난 재력을 보유하면서도 존경을 받았던 가문이 혼마(本間) 가문이다. 경주 최 부잣집을 연상시키는데 재테크에 관한 한 혼마 가문이 더 뛰어났다. 현재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사용되는 '캔들 차트'나 '사케다 전법'을 만들어낸 '거래의 신(神)' 혼마 무네히사(本間宗久)도 이 집안 출신이다. 후세 사람들은 혼마 가문이 이렇게 엄청난 부를 대대로 유지한 비결을 가훈에서 찾기도 한다. "만일 가난해져 생계가 어려워지면 우선 의복과 가재도구를 팔고 그다음으로 가옥을 팔고 그리고 맨몸으로 밭을 일구며 밭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로 팔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곤궁해지면 고향의 선산과 전답부터 팔기 시작한다. 곤궁하지 않더라도 사업한답시고 논 팔고 밭 팔고 마지막으로 선산 판다. 이 점에서 '선산 팔면 망한다'고 풍수사들이 가끔 하는 말도 되새겨 볼 만하다. 물론 이것은 농경사회에서 통용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혼마 가문을 소개한 것은 집안이 몰락하거든 땅 위에서 육체 노동을 통해 다시금 가문을 일으킨다는 대지관을 말하고자 함이다.

또 하나 소개할 대지관은 미국의 알도 레오폴드(Aldo Leopold)이다. 1940년대에 "땅의 윤리(Land Ethic)"를 제창하면서 후세인들에게 생태학이나 환경윤리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레오폴드는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끌어들여 땅의 윤리를 설명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귀환하여 열두 명의 젊은 여자 노예를 한 가닥 밧줄로 목을 졸라 죽였다. 자신이 전쟁에 나가 있는 동안 부정을 범했다는 의심에서였다. 그런데 이 행위는 윤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 여자 노예들은 인격체가 아니라 재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땅도 지금은 인간의 재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땅도 '인격체'로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료 구성원이 될 것이다. 동료 구성원(땅)을 존중함은 마땅하고도 필연적이다. 레오폴드가 주장하는 땅의 윤리 핵심 내용이다.

풍수의 대지관은 무엇일까? 자연유기체로서의 땅을 바라보는 풍수는 혼다 가문의 대지관과 레오폴드의 땅의 윤리를 포괄한다. 인간을 낳아서 키워주는 지모(地母)로서 땅은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저마다 재능과 역량이 다르다. 땅의 재능과 역량을 읽어내고 그 땅으로 하여금 자신의 최대 역량을 발휘케 하는 것이 풍수 행위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일부 장관 지명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10여건의 부동산 투기 가운데 딱 2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장관 후보자도 있었다. 그들에게 땅은 혼마 가문처럼 정직한 노동의 대상도 아니고, 레오폴드가 말하는 윤리의 대상도 아니었다. 오디세우스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죽인 10명의 여자 노예와 같은 물건일 뿐이다.

미국이 세계 강국이 된 이유를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 Weber)는 '합리적 자본주의'에서 찾았다. 이와 반대되는 것이 "정치적 기회를 독점하려 하고 비합리적 투기를 지향하는 모험적 자본주의"라고 베버는 말한다.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는 지도층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사리사욕에 빠진 '비도덕적 인간'이 '도덕적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격이다. 1807년 프랑스군의 점령하에 있던 베를린에서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J G Fichte)는 독일 국민에게 고한다. "국민은 부패할 수 있다. 이기적일 수 있다. 이기심이야말로 모든 부패의 뿌리이다. 그렇지만 그 정부(지도층)가 부패하지 않는다면 그 민족은 존속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찬란한 업적들을 이룰 수 있다.…그러나 국민과 정부가 함께 부패하면 그 국가는 일격에 무너지고 만다('독일 국민에 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