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세 강화에 문의 급증, 금융사들 야간상담 창구도 개설]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현금 5억 있는 상위 중산층도 세금 고민해야 하는 시대"
분리과세되는 유전펀드 공모, 모집금액의 2배 이상 청약… 매매차익 비과세 ETF랩 인기
"작년과 똑같이 자산을 굴린다고 가정하면 올해 세금 부담이 315만원 정도 추가로 발생합니다. 지금 사장님 포트폴리오는 절세 상품이 많이 부족하네요. 다음 달 은행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 브라질 국채와 물가채로 갈아타 보세요. 그러면 315만원 세금 부담은 사라지고, 수익률은 연 7%에서 7.5%로 높아져 유리합니다."
28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삼성증권 회의실. 정장 차림의 50대 중소기업 사장이 샌드위치 도시락을 먹으며 세무사에게 1대1 재테크 상담을 받고 있었다. 삼성증권이 일반 고객들을 위해 오후 6~8시까지 두 달간 한시 운영하는 올빼미 세금 상담 서비스 현장이다.
50대 사장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확대가 당장 올해부터 시행되느냐"고 묻자 세무사는 "2013년 1월부터 발생한 수익이 2000만원을 넘으면 대상이 되고, 사장님은 근로소득에 더해지니까 세금을 41.8%(주민세 포함)까지 내야 한다"고 답했다. 사장은 "생각보다 엄청 세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지난주 서울에서만 90명이 넘는 고객이 야간 세무 상담을 받았다"면서 "낮에 시간 내기가 힘든 최고경영자나 전문직이 일과 후에 여유 있게 설명을 듣겠다며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진 뒤 세(稅) 테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작년까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쳐 4000만원을 넘어야만 초과액에 대해 15.4%의 세금을 냈지만, 올해부터는 2000만원을 넘으면 근로소득·사업소득 등과 합산해 최고 38%(주민세 포함 41.8%)까지 세금을 내야 한다. 강지현 하나은행 강북골드클럽 센터장은 "부동산 경기는 신통치 않고 주식도 불안하다 보니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이 새는 것을 줄이는 방법에 고객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창구에선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수익이 많이 날까요?"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해야 세금을 줄일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 더 많이 오간다. 백혜진 삼성증권 역삼중앙지점장은 "그동안 절세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나 걱정해야 하는 이슈였지만 이젠 현금 5억원이 있는 상위 중산층들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불필요한 세금 부담을 피하려면 절세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서 과표를 줄이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산다" 절세 상품 품절
지난 23~25일 공모 청약에 나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유전펀드엔 총 9400억원이 넘는 시중 자금이 몰렸다. 총 모집금액(4000억원)의 2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다. 마지막 청약일인 25일, 강남 일부 지점에선 큰손 고객들이 원하는 물량만큼 배정받으려고 수십억원씩 돈을 넣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유전펀드란 일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유전 지분에 투자하고, 해당 유전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받는 투자 상품을 말한다. 작년 1월에도 비슷한 구조의 유전펀드가 출시됐는데, 당시에는 공모금액 3500억원에 청약금액은 3600억원대에 불과했었다.
올해 유독 유전펀드 인기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소득 과세 강화 후 배당수익에 대해 주어지는 유전펀드의 분리과세 혜택이 새삼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황선아 삼성증권 과장은 "3억원 이하는 5.5%, 3억원 초과는 15.4%로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절세 상품에 목말라하던 고객들이 대거 가입했다"며 "기존 채권이나 예금을 중도 해지하고 청약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주식보다는 덜 불안하면서 매매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상장지수펀드(ETF) 랩어카운트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하는 명품Pro ETF랩어카운트에는 올해 109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해엔 7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총 162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00억원 넘게 팔린 것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1개에 6000만원을 호가하는 1㎏짜리 골드바(막대 모양의 금덩이)도 절세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부 강남권 은행 지점에서는 수요가 몰려 골드바가 동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골드바는 처음에 살 때 10%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지만, 향후 골드바 상승분에 대한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금값이 예상만큼 오르지 않을 경우 기대했던 수익률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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