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클럽 바꿔서,코스가 생각보다 짧아서,핸디캡 속인 골퍼들 `핑계도 가지가지

웃는얼굴로1 2010. 11. 13. 01:20

골퍼의 욕심은 끝이 없다. '보기 플레이어'들은 70~80타대를 꿈꾼다. 평생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홀인원을 기록한 골퍼들은 "에이지 슈트를 한번 해보면 원이 없겠다"고 말한다. 기막힌 어프로치샷으로 파를 세이브한 후에는 "조금 길게 쳤으면 버디를 할 수 있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별다른 노력 없이 100여명이 출전한 골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려는 것도 과욕이다.

지난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월드아마추어 핸디캡 챔피언십'이 열렸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올스타 투수 로저 클레멘스를 비롯 3100여명의 골퍼들이 550달러(약 60만원)를 내고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핸디캡을 미리 적어내고 그로스스코어에서 핸디캡을 뺀 네트스코어로 순위를 가렸다. 이른바 '핸디캡 스트로크 플레이'였다. 문제는 참가자들이 신고한 핸디캡이 정확한지 여부를 가려내는 일이었다.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는 핸디캡을 속이는 골퍼들이 있게 마련인 데다 핸디캡이 정확하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미국골프협회(USGA) 핸디캡 지수를 적용, 신고된 핸디캡과 코스 핸디캡(특정 코스에서 플레이할 때 부여받은 조정된 핸디캡)을 비교해 '속인 사람'을 철저히 가려내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 중 30명이 '부정직'으로 실격당했다. 대부분 핸디캡은 높게 신고해 놓고도 실제 스코어는 신고된 기량보다 낮게(좋게) 나온 케이스다. USGA에 따르면 골퍼가 코스 핸디캡보다 낮은 스코어를 낼 확률은 5분의 1이다. 또 코스 핸디캡보다 3타 낮게 칠 확률은 20분의 1, 8타 낮게 칠 확률은 1138분의 1이다. 자신의 핸디캡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한 골퍼는 핸디캡을 4로 신고했으나 실제 스코어는 라운드별로 106타 · 96타 · 93타 · 88타였다. '한 자릿수 핸디캐퍼'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부진이었다. 주최 측에서 이유를 묻자 이 골퍼는 "긴장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핸디캡과 실제 스코어의 괴리가 컸음에도 '그가 속인 유일한 사람은 자신'이라며 퀄리파잉라운드(4라운드)를 모두 마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신고한 핸디캡보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내 머쓱해진 참가자들의 핑계는 각양각색이었다. 그 가운데 △새로 나온 클럽을 써서△운이 좋아서△이렇게 잘 친 날이 없었는데△자주 가는 코스보다 짧아서△프로에게 비결을 귀띔받아서△부상에서 회복돼서△안전 위주로 플레이해서라는 이유 등이 눈길을 끌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